[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삼표그룹이 유진그룹의 ㈜동양 인수합병(M&A)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주식을 사 모아 동양 지분 23.07%를 보유하게 된 유진그룹(유진기업ㆍ유진투자증권)과 파인트리자산운용은 30일 열린 동양 정기주주총회에서 자사 경영진을 동양 이사로 진출시켜 경영에 참여하려고 했다. 하지만 표 대결에서 져 무산됐다.
복병은 경쟁사 삼표였다. 동양의 현 경영진과 3대 주주인 삼표, 소액주주가 뭉쳐 유진그룹과 파인트리의 경영 참여를 저지했다. 이날 삼표는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동양 경영진에게 의결권을 위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주총에서 파인트리는 동양의 이사 수를 현재의 10명에서 16명으로, 유진그룹은 15명으로 확대하는 안을 제기해 안건에 부쳤다. 그러나 파인트리 상정 안건은 이날 주총에 출석한 총주식 수(1억5760만주)의 55.8% 찬성에 그쳐 '참석 주식 수의 3분의 2 이상(66.7%)'인 가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유진그룹이 제안한 안건도 출석 주식의 56.2%만 찬성해 부결됐다.
유진그룹이 뜻을 관철시키려면 이날 출석 주식 수를 기준으로 1639만주가 더 필요하다. 삼표는 동양 지분 3.19%(763만주)를 보유하고 있어 삼표가 유진그룹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가결 요건을 채우지는 못한다.
하지만 삼표의 사돈가(家)인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동양 지분과 이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우호 지분 등을 감안하면 영향력은 결정적이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동양 지분을 각각 0.018%와 0.014% 보유하고 있다.
삼표는 유진그룹의 주력사인 유진기업과 수십 년 동안 레미콘시장 1, 2위를 다투고 있다. 지난해 삼표가 동양시멘트를 인수해 유진기업에 시멘트를 공급하면서 거래처 관계로도 발전했다. 두 회사는 동양시멘트 인수전 당시 맞붙기도 했다. 앙숙인 동시에 협력관계로 두 회사가 분류되는 이유다.
유진그룹 입장에서 삼표는 동양 인수의 가장 큰 걸림돌이자 구애 대상이다. 삼표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다. 이번 M&A와 관련해 막강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어 경쟁사인 유진그룹을 견제하는 데 활용하거나 동양과 유진그룹의 관계를 이용해 협력의 대가 등 다른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을 통한 차익 실현도 가능하다.
최종성 유진기업 대표는 이번 결과에 대해 "추가 지분매입을 지속하고, 임시 주주총회 소집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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