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GPU 활용한 딥러닝 기술
AI 연구 전환점 마련
CPU보다 처리 속도 8배 이상 빨라
알파고도 280 GPU로 이세돌에 승리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길 수 있었던 것에 그래픽처리장치(GPU)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변경원 엔비디아 부장은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 열린 '딥 러닝' 세션 행사에서 "2012년 GPU를 활용한 딥러닝 기술이 개발되면서 AI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며 "알파고가 바둑을 학습하는데도 GPU가 활용됐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AI는 1950년대부터 등장했던 개념이었지만 데이터를 빠른 시간 내 처리하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으면서 1970년대 이후 암흑기를 맞는다. 하지만 1990년대 인터넷과 함께 수많은 데이터가 쏟아지면서 중흥기를 맞았고 스스로 학습하는 기술인 머신러닝 개념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여기에 2012년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알렉스 크리제브스키가 이미지 인식 경진 대회인 '이미지넷'에서 GPU를 활용한 딥러닝 프로그램으로 우승을 거두면서 AI는 전환점을 맞이한다.
변 부장은 "당시 이미지 인식률 80%는 마의 벽이었다"며 "GPU를 통해 데이터 분석 속도가 개선되면서 알렉스가 처음으로 80% 벽을 깼고, 작년 우승팀은 인식률 96%를 달성하면서 인간의 정확도를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딥러닝은 인간의 뇌를 모방한 신경망 네트워크를 활용한 학습 방식이다.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찾고 사물을 구분하는 정보처리 방식을 모방했다.
그의 방식은 나선형신경망(CNN)을 이용해 심층 신경망(Deep Neural Network)을 설계한 뒤 GPU를 활용해 수많은 이미지 인식 훈련을 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은 직렬 연산 방식인 CPU 기반의 컴퓨터만으로는 그 시간과 비용 소모가 매우 컸다.
알렉스는 병렬 컴퓨팅에 유리한 GPU를 활용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같은 과정을 처리하는데 GPU가 CPU보다 8배 이상 속도가 빨랐다.
실제로 구글 딥마인드도 바둑을 학습하는데 엔비디아의 GPU를 활용했다. 알파고는 매번 두는 수를 각각의 사진으로 바라보고 계산했다. 이를 전부 계산하려면 산술적으로 매개변수만 20억개인데 GPU를 활용한 CNN 방식을 통해 경우의 수를 최대한으로 줄였다.
변 부장은 "바둑은 10의 360승의 경우의 수를 가지고 있어 현재 컴퓨팅 파워로는 모든 수를 파악할 수 없다"며 "경우의 수를 효과적으로 줄이면서 이기는 방식을 찾는 것이 딥 마인드의 목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고는 아마추어의 바둑 기보 10만장을 토대로 훈련해 어떤 수가 최적일지 결정하는 '정책 네트워크'를 스스로 만들어냈다. 이 과정을 반복해 스스로 기보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현재 판세가 어떤지를 파악하는 '정책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질 확률이 높은 수를 바로 제거하는 '롤 아웃' 방식도 도입하면서 알파고는 점점 똑똑해졌다.
딥 마인드에 따르면 알파고가 이세돌과 상대했을 때 CPU 1920개와 GPU 280개를 사용했다. 당시에는 알파고 15버전이었는데 최근에는 알파고 18버전까지 발전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세돌이 알파고를 이긴 마지막 인간이 될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변 과장은 "알파고의 개발책임자인 데이비드 실버 교수가 '알파고의 브레인은 100개가 넘는 GPU'라고 할 정도로 알파고에 있어서 GPU의 역할은 절대적"이라며 "바둑을 넘어서 자율주행차 등에서 활용될 수 있는 기술로 발전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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