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유제훈 기자] 테러방지법 본회의 통과로 사실상 19대국회가 문을 닫으면서 지난 4년간의 입법성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경제관련법안과 관련해 19대 국회는 전반기에 경제민주화법 후반기에는 경제활성화법 처리에 공을 들였다. 국회선진화법의 한계 속에서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법 각각 일정한 성과를 거뒀지만, 정치적 공방 속에서 실효성을 잃었다는 지적 역시 피할 수 없게 됐다.
19대 국회는 전반기에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은 선거공약 등을 통해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표했을 뿐 아니라 야당 역시 경제민주화 의지를 불태웠기 때문이다. 정부나 시민단체 모두 이견이 없이 경제민주화가 이뤄진 부분은 대규모기업집단에 대한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 축소 두 가지이다. 실제 국회는 2014년 1월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시켰다. 이로 인해 2013년 4월 기준 9만9658개에서 지난해 연말 94개로 줄었으며, 순환출자 기업집단 수 역시 15곳에서 8곳으로 감소했다.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 역시 2013년 8월에 개정되어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가 9%에서 4%로 줄게 됐다.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일가가 사익을 편취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도 2013년 8월 처리됐다. 정부측 설명에 따르면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은 15.7%에서 11.4%로, 거래 금액 역시 12조4000억원에서 7조90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분리매각, 합병, 분할을 통해 규제에서 빠져나가는 사례 빈번해 법 효과가 반감됐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집단소송제나 소액주주를 위한 집중투표제,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입법활동,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공적연기금 의결권,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관련 입법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현정부가 경제민주화에 있어서 가시적 성과를 이뤘다고 자평함에 따라 후속 입법 활동 동력은 사라졌다. 대신 경제활성화법이 추진 동력을 얻었다.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30여개 재정ㆍ경제 관련법안을 이른바 경제활성화법이라고 부르며 국회에 조속한 입법을 촉구해 왔다. 경제활성화법에는 소득세법, 조세특례제한법, 하도급법, 관광진흥법, 금융위원회법 등 재정ㆍ경제분야 법안을 총망라 돼 있다. 현재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을 제외한 대부분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태다. 하지만 처리 과정을 두고서 여야는 극심한 정쟁을 벌였다. 야당은 경제활성화법 대부분이 이미 처리됐다고 강조한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4일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처리에 앞선 토론에서 "여당의 요구인 경제활성화법 30개 중 27개가 통과됐고, 2개는 정부 내 이견으로 통과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ㆍ여당은 경제활성화법의 처리가 늦어져 효과가 반감됐다고 주장한다. 경제활성화법 중 일부는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논의됐지만, 법안 처리가 늦어져 시시각각 달라지는 대내ㆍ외 경제상황에 대응하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경제활성화법 하나만 가지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타이밍(시점)과 같이 가야 하는 것"이라며 "법이 한 번 통과되는데 2년 이상 걸린다는 것은 법 자체의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제활성화법 처리가 지연된 데는 '국회선진화법'의 역할이 컸다는 지적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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