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두산그룹 회장직이 삼촌에서 조카로 승계되면서 재계의 '혈육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는 창업주와 창업주의 직계비속으로 경영승계가 이뤄져 왔다면 최근 3세, 4세 경영으로 넘어오면서 삼촌과 조카, 사촌 간의 경영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
-GS칼텍스 경영 허동수→허진수 사촌간의 바통터치
두산그룹에 앞서 GS칼텍스는 사촌 간에 대권을 바통 터치했다. 허동수 회장은 2012년 GS칼텍스 대표이사직을 사촌 동생인 허진수 부회장에게 넘긴 데 이어 지난달에는 이사회 의장직도 넘겨줬다. 허동수 회장은 ㈜GS의 등기이사직은 유지하고 GS그룹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성장전략에 관여하게 된다.
허동수 회장과 허진수 부회장은 고(故) 허만정 LG그룹 공동창업주의 3세로 사촌 관계다. 허진수 부회장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친동생으로 국내외 사업은 물론 GS칼텍스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미래 사업 발굴에도 집중할 예정이다.
-SK그룹,형제경영→최신원·최태원 사촌경영 진화
SK그룹은 최태원ㆍ최재원 형제 경영이 사촌 경영으로 진화한 대표적인 사례다. 최신원 SKC 회장은 오는 18일 SK네트웍스 주주총회에서 문종훈 현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을 것이 유력시된다. SK네트웍스는 1953년 최종건 창업주가 선경직물이라는 이름으로 창립한 회사로 SK그룹의 모태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최신원 회장은 최종건 창업주의 차남으로 SK네트웍스가 선경직물이던 시절 해외 사업 등을 맡은 적이 있고 지분도 꾸준히 매입해오는 등 SK네트웍스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 왔다. SK그룹은 최종건 창업주의 동생인 최종현 회장이 지금의 그룹을 일구었으며 현재는 아들인 최태원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동생 최재원 부회장(수감 중)이 도와 왔다. 최신원ㆍ최태원 회장은 사촌지간이다.
-현대家, 정몽준·정몽혁 아름다운 이별
사촌지간에 아름다운 이별 수순을 밟고 있는 곳도 있다. 정몽혁 회장이 이끄는 현대종합상사는 현대중공업 그늘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독립 경영의 길을 걷는다. 현대중공업은 작년 말 이사회를 열어 보유 중인 현대종합상사ㆍ현대씨앤에프 주식을 각각 현대씨앤에프와 현대종합상사 정몽혁 회장에게 매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대종합상사 최대주주는 현대씨앤에프(19.37%)가 되고, 현대씨앤에프는 정몽혁 회장이 최대주주가 된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사촌 동생인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에게 현대종합상사 계열을 넘기게 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 직계가족뿐만 아니라 4~6촌에 이르는 혈족에 이르기까지 오너 일가의 경영 참여가 활발한 것은 한국 대기업 집단이 갖고 있는 특성"이라면서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대내외적으로 검증을 거친 창업주 일가의 경영 참여와 가업승계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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