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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조선일보가 결합해 아들을 낳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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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의 '미디어 좌충우돌'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인터넷 '뉴스유통의 공룡'이 된 네이버와, 전통 뉴스매체의 강자인 조선일보가 서로를 품어 '하이브리드 기업'을 낳는다. 이 땅의 뉴스매체 종사자로선 간담이 서늘할 수 밖에 없는 사건이다. 뉴스시장의 새로운 지각변동을 암시하거나 예고하기 때문이다.


네이버-조선일보가 결합해 아들을 낳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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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매체의 입장에서 보자면, 뉴스시장은 최근 미디어의 근간이 뒤바뀌는 경험을 했다. 종이신문으로 시작한 매체들은 대개 콘텐츠의 생산자이자 유통자였다. '매체'라는 말은 유통에 가까운 표현이지만, 그 말은 이미 취재원의 정보라는 1차적 콘텐츠를 2차적으로 가공하는 '생산 기능'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런데, 디지털 뉴스시장이 열리면서 포털이 전통매체의 유통기능을 무력화시킬 만큼 강력한 자기시장을 만들어냈다. 전통매체는 유통기능이 축소되었고 포털의 유통역량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대신 기존 매체들은 콘텐츠 공급자의 역할이 이전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디지털 뉴스시장은, '매체의 매체(MEDIA of media)'가 된 포털과 폭발적으로 불어나고있는 콘텐츠 공급매체들의 공생으로 이뤄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콘텐츠 공급매체의 리딩그룹에 속한 조선일보가 지분 51%의 자회사를 만들었고, 거기에 네이버가 49%의 지분으로 공동투자를 하기로 한 것이다. 이 자회사에선 일자리와 관련된 콘텐츠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한다. 조선닷컴은 작년 '미생탈출 A to Z'라는 기획을 내놓았는데, 이것을 계기로 네이버에 사업 제안을 했다. 조선닷컴이 네이버에게 손을 내민 까닭은 비교적 이해하기 쉽다. 네이버의 유통력과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자사의 사업기반을 확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콘텐츠의 춘추전국시대를 맞아 갈수록 브랜드의 지위가 흔들리는 시점인지라, 새로운 깃발이 필요했을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의 유료화를 주장해왔지만,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은 자꾸 더 줄어들고 있다. 다른 대안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네이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뭘까. 이걸 읽는 것이 중요하다. 네이버는 아직까지 온라인 시장에서 무소불위에 가까운 파워를 누리고 있지만, 뉴스 시장 전체가 모바일로 이동해가는 현상이 뚜렷한 현 상황에 대해 일정한 불안감을 지니고 있다. PC 온라인 뉴스시장과 모바일 뉴스시장은 본질적으로 다른 '게임의 법칙'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에서 뉴스를 비롯한 각종 콘텐츠들은 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빠르게 유통되고 있기에 포털이 PC의 시장처럼 장악력을 발휘할 여지가 비교적 작아진다. 페북이나 구글, 버즈피드와 같은 글로벌 강자들이 국내 뉴스유통에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있기도 하다. 이런 점들이 네이버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점이다. 그 불안을 씻어낼 전략 중의 하나가, 콘텐츠 생산 역량을 확대해가는 일이며, 그로써 불투명한 뉴스시장 상황에 '보험'을 들어두는 전략일 것이다.


조선일보라는 특정매체와 손을 잡는 점은 어떻게 봐야할까. 매체들에 대한 공정성이나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미디어 오브 미디어'로서 부작용이나 역풍이 있지 않을까. 네이버로서는 그런 부작용과 역풍을 충분히 이겨낼 만큼 스스로의 지위를 확보했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다. '생산매체'로서의 사업모델을 찾는 일이 그만큼 절실해졌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보험'식으로 여러 매체를 관리하는 일의 효용보다, 확실히 승산이 있는 매체와 결합해서 신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의 효용이 더 크다는 계산이 나왔을 것이다.


네이버가 콘텐츠기업 쪽에 눈을 돌리고 있는 현상은, 향후 미디어 환경이 어떻게 바뀔지를 말해주는 풍향계일 수 있다. 포털이 누리고 있는, 뉴스시장 속의 현재의 지위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현재의 지위가 미래의 시장에서 반드시 유리하지도 않다는 것을 네이버 스스로도 감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콘텐츠 쪽에 좀더 깊이 발을 담글 필요를 느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나 네트워크 시스템이 미디어 개념을 거듭해서 바꿔버리고 있는 상황에서 급변하는 신시장을 잡아채기 위한 미디어들의 촉수는 긴박하게 움직인다. 조선일보와 네이버가 낳은 저 '자식'이 다시 양쪽을 번성시킬 공룡이 될지는 더 두고봐야 할 일이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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