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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기자님이 기사를 쓰는 언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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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의 '이러쿵저러쿵'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바둑 두는 로봇이 유럽 프로바둑 챔피언 판 후이 2단을 깬 뒤, 인간들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구글이 개발한 알파고는 인공지능을 지닌 바둑 컴퓨터이며, 우리가 영화 속에서 자주 본 로봇처럼 인간의 형상을 지닌 존재가 아니다. 다만 바둑이라는 복잡 미묘한 게임은 인간만의 전유물일 것으로 생각한 상식은 저 형체도 없는 로봇 알파고에 의해 여지 없이 깨졌다. 인간은 5전전패였다. 이 친구는 다음달 한국 바둑의 21세기 기린아인 이세돌 9단과 붙는다. 구글이 한국인을 겨냥한 것은, 이 땅이 세계바둑의 최고 고수가 숨쉬는 곳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바둑을 꺾는 일은, 세계의 바둑판을 평정하는 일이기에, 이세돌을 잡는다면 알파고는 인간의 바둑계를 쓸어버린 기념비적인 로봇이 될 수 밖에 없다.


인공지능의 습격은, 바둑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두뇌를 활용해 고도의 판단을 해야 하는 다양한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건과 정보를 취재해 전달하는 뉴스기자들도 조금씩 제 자리를 내줘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른바 '로봇저널리즘'이 언론매체 속으로 약진하고 있는 것이다.

로봇기자님이 기사를 쓰는 언론사 영화 '에이아이'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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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것을 경계만 할 일은 아니다. 로봇소설의 거장인 아이작 아시모프는 인공지능을 지닌 기계가 지녀야할 '원칙'을 제시했다. '로봇 모럴'이라 할만한 이 원칙에는 이런 조항이 있다.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가하는 행동을 해서도 안되고 행동하지 않아서 해를 끼쳐서도 안된다." 인간에게 무조건 복종하며 봉사하는 착한 로봇의 가이드라인을 세워놓은 것이다. 그런데 많은 영화들 속의 로봇들은 이 원칙을 깨고 인간을 공격하며 살해까지 일삼아 로봇에 대한 경계심을 키워왔다. 로봇저널리즘 또한 기자를 밀어내고 언론판을 대신 장악할 것인가. 아무리 착한 로봇이라도, 일자리는 빼앗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자고 외치는 이들은, 로봇이 기계적인 기사를 대신 써줄 동안, 인간 기자들은 고도의 창의적인 업무를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묻지만 말이다.


국내의 일부 언론들이 조심스럽게 시행에 들어간 '로봇 저널리즘'은 현재까지는, 아주 단순한 스트레이트 기사와 리스티클(기사들 중에서 조회수가 높은 것을 골라 리스트를 보여주는 서비스 따위) 기사를 내보내고 있지만, 인공지능은 자신의 영역을 어디까지 넓힐 수 있는지 두리번거릴 것이다. 그간 언론계에서 창의력 없이 기계적으로 취재하고 글을 쓰는 기자를 '로봇기자'라고 불렀는데, 진짜 로봇기자가 입사했으니 그들의 자리가 위태로울 수 밖에 없다. 이세돌을 꺾으려고 벼르고 있는 '인공지능'이라면 계속해서 로봇기자만 상대하고 있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언론사에서 기자가 사라지고 로봇들이 열심히 뉴스를 송고하고 편집하는 풍경이 눈에 떠오르면서 식은 땀이 슬슬 난다. 로봇이 쓴 기사를 읽는 뉴스소비자들은 그간 언론이 행해온 편파적인 관점들, 감정적인 기사들, 사실에 대한 왜곡들, 부정확한 취재로 인한 오류들에서 해방되어 행복해질까.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을 로봇이 쓴다면 어떻게 고쳐쓸까. 그게 궁금해진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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