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박대통령께 '좋은 아빠 되기'수업을 권함

시계아이콘01분 29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빈섬의 '이러쿵저러쿵'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오래전, 신문사의 한 후배는 내게 '좋은 아빠 되기' 수업을 꼭 들어보라고 진지하게 권했다. 내가 특별히 '좋은 아빠'가 아니어서 그런 얘기를 해준 것은 아닌 것 같고, 나를 따르고 좋아하는 마음에서 자신이 크게 도움이 되었던 경험을 나누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몇 번이나 그 말을 했지만, 나는 웃으며 거절하고 말았다. 그게 과연 필요한 것인지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에 와서야 그의 뜻을 알게되는 듯 하다.



박대통령께 '좋은 아빠 되기'수업을 권함 박근혜대통령
AD

좋은 아빠 되기는 '소통할줄 아는 권력자'가 되는 수업이었다. 가정 내에서 일정한 권력자이며 기득권자이며 완력과 돈과 지식을 지닌 존재인 아빠가, 그렇지 못한 존재이며 '자기의 소유'에 가까워 보이는 자식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의 문제.

자식들은 그저 맨몸과 맨정신으로 소통에 나서면 되지만 아빠는 자신이 지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로지 부성(父性)의 깊은 바탕인 사랑과 인간관계의 바탕인 평등으로 자식들을 대하는 '특별한 훈련'을 받아야만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 세상의 부모들이 자주 놓치는 것은 이것이다.


많은 부모들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척 하는 일에 익숙하지만, 갈등 국면에서는 금세 권력자와 완력자로 변한다. 부모가 자식을 학대하고 죽이고 주검을 방치까지 하는 세태는, 그저 특수한 가정에서 벌어진 특별한 비극이 아니라, 저 '수업'의 취지를 놓친 부모가 만들어낸 악마적 풍경이다.


'좋은 대통령 되기' 는 정확하게 '좋은 아빠 되기'와 같은 커리큘럼을 지니는 수업일 것이다. 다만, 불행히도 이런 수업은 없다. 한 국가에서 최고의 권력자이며 기득권자이며 완력(무력이라고도 한다)과 돈과 지식을 거느린 존재인 대통령이 그렇지 못한 존재이며 '자신의 신하(정서적으로 보자면 그렇다)'에 가까운 국민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처음엔 가난하고 힘없는 자식들을 위해서 일하겠다고 말했지만, 곧 그런 슬로건이 공동체를 경영하는데 아주 불편한 것임을 깨닫고 슬그머니 포기하고 약속들을 식언하는 일.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자식을 배신자라며 버럭 화를 내고 쫓아내는 일. 집안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도 하늘 탓이며 내 책임이 아니라고 믿는 일. 성가신 일은 가급적 피하고 문제가 생기면 완력으로 진압하는 일. 질병이 창궐하면 우왕좌왕하다가 병을 퇴치하려 총대를 멘 쪽에게 책임을 묻는 일. 스스로의 뜻을 막아선 상대를 욕하며 거리에 나가 그들을 심판해달라고 호소하는 일. 어렵사리 만들어놓은 공동체의 보물을 한 순간에 냅다 던져버리며 분노와 위험의 스케일을 키우는 일. 그 보물을 지키고 키워오던 이들을 순식간에 도탄에 빠지게 하는 일. 이런 일들은 '무서운 아빠' '말이 안통하는 아빠' '완력을 쓰는 끔찍한 아빠'에게서 나옴직한 일들이다.



박대통령께 '좋은 아빠 되기'수업을 권함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아마도 그가 자식을 '동등한 소통 주체'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쉽게 말하면, 그가 민주주의를 슬며시 놔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처음에 목소리를 높였던 '따뜻한 아빠'는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비판자를 쳐내고 경쟁자를 욕하며 위험한 적과 무한대치하면서 리스크를 높여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그런 '무서운 아빠'의 얼굴이 보인다. 자식들 쯤이야 선거로 한번 확 쓸고나면 잠잠해지는 존재 정도로 생각하는 아빠라면 더 무섭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