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우커, 한국서 쓰는 돈 줄고 일본行 늘어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한 때는 심하다 싶을 정도였다. 많아도 너무 많아서, 이러다가 우리 설자리가 없어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만큼. 한국을 찾는 중국인관광객(요우커)은 그렇게 늘 많고, 항상 북적일줄로만 알았다. 아쉽게도 기우였다. 그들은 더 이상 한국에 열광하지 않고, 예전만큼 많은 돈을 쓰지도 않는다. 요우커에게 한국은 이제 매력적인 곳이 아니다.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한 백화점 조사에 따르면 2013년 90만원에 달하던 요우커의 쇼핑 객단가(은련카드 결제 기준)는 지난해 58만원으로 급감했다. 대목인 올해 춘절 기간 매출 신장율도 지난해 대비 47.26%로 성장세를 보였지만 그 폭은 전년(74%) 대비 크게 줄었다.
쇼핑이나 관광이나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래관광객의 1인당 지출액은 1147달러(약 138만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8% 뒷걸음질 쳤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이 종식단계였던 10월에는 970달러까지도 떨어졌다. 10~12월의 지출액만 따져보면 전년 대비 25% 가까이 밀렸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의 절반 이상이 중국계이므로 이 수치의 주어를 '요우커'로 치환해도 큰 무리가 없다.
전문가들의 진단은 간단하다. 문제는 관광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서울 도심의 유명 관광지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자국과 비교해 작고(小), 적다(少). 베이징은 더 오래됐고, 상하이는 더 최신의 도시다.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곳으로는 제주도 정도가 꼽힐 뿐이다. 한국의 지방 곳곳에 감탄을 자아낼 볼거리는 분명 존재하지만, 요우커를 '그 곳'까지 이끌 힘은 부족하다. 이제까지 한국관광 부흥의 원동력이었던 면세점도 짧은 수명 탓에 가쁜 숨만 쉬고 있다.
해결 방안을 찾는 길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환율은 여전히 일본에 우호적이다. 일본을 여행하는 요우커 수는 한국을 턱밑까지(약 100만명 차이, 2015년 기준) 추격하고 있고, 일본 정부는 올해 예산안에서 관광청 관련 예산을 당초의 두 배인 200억엔(약 2132억원)으로 최근 확정했다. 지금 이곳은 '관광 천국'이다. 그러나 요우커가 일본을 찾는 이유는 환율도, 예산도 아니다. 한국의 진짜 문제는 관광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바보는 없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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