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에 속도가 붙었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지난 7일 국방부 출입기자실을 직접 찾아 사드의 성능을 설명하며 도입땐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국방부가 사드와 관련해선 '3NO(미국내 결정ㆍ협의 요청ㆍ협상이 없었음) 원칙'을 견지하며 언급을 자제해 왔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국방부가 국민에게 사드배치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명해야하는 것이 있다.
첫 번째는 말바꾸기다. 북한의 미사일이 한반도에 떨어지기전에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는 PAC-2(패트리엇 미사일)와 장거리(L-SAM)ㆍ중거리(M-SAM) 지대공미사일로 나뉜다. 군은 그동안 KAMD만 구축되면 북한의 미사일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해왔다. 북한이 7일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할때도 "대한민국의 영토나 영해에 떨어지면 요격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현재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요격미사일은 PAC-2다. 군은 그동안 파편형인 PAC-2 미사일의 위력이 낮아 요격성공 가능성이 희박하고 직격탄인 PAC-3로 성능개량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7일 군 고위 관계자의 설명과 맞지 않는다.
특히 방위사업청은 2014년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국내개발을 선언했다. 당시 군은 L-SAM을 국내에서 개발하면 사드(요격고도 40∼150㎞)는 구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2조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가도 개발을 해야한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군은 방어체계가 많을수록 좋다는 입장으로 변했다. 이 때문에 군내부에서 L-SAM개발을 사실상 힘들다고 판단하고 사드를 구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비용문제도 따져봐야 한다. 이 KAMD에 들어가는 돈만 약 8조 6889억원에 달한다. 국방부는 여기에 사드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남한 지역의 2분의 1에서 3분의 2까지 방어를 하기 위해서는 사드 1개 포대가 필요하고 예비탄약까지 갖추기 위해서는 1조 5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군은 예상하고 있다. 결국 북한의 미사일을 막기 위해서는 10조원가량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셈법인데 국민이 이를 납득할 지 미지수다.
세번째는 자신감없는 외교문제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관영언론을 통해 그동안 베일에 가려진 전략미사일부대(제2 포병부대)의 신형레이더와 전략미사일을 소개했다. 신형레이저의 탐지거리는 수천㎞에 달하고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최신형 둥펑-41 전략미사일의 사거리는 약 1만4000㎞에 달한다.
중국은 이들 전략무기를 배치하면서 한 번도 우리에게 사전에 알려준 적이 없다. 반면, 우리 군은 사드의 레이더가 '전방배치 모드'(FBM)가 아닌 '종말 모드'(TM)로, 북한 핵ㆍ미사일 탐지에 기능이 국한된다며 중국을 설득하기 바쁘다. 이 같은 논리라면 우리 군은 앞으로 탐지거리 1000km의 스파이레이더가 장착된 세종대왕함을 서해앞바다에 배치할때마다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
군이 갑작스럽게 사드배치를 감싸고 돌기 시작하자 국민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진짜 문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아니라 군의 소통체계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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