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6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야권 지지층을 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경쟁이 가속화 되고 있다. 특히 야권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호남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두 당은 사활을 건 여론전·공천을 예고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의 탈당 이후 호남의 선택은 '국민의당'이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실시한 1월 첫주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광주·전라 지역의 국민의당 지지율은 41%, 더민주는 19%로 집계됐다.
이처럼 국민의당이 야권분열 초기 호남의 선택을 받은 이유로는 호남지역에 광범위하게 퍼진 '반문(反文·반 문재인)정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됐다. 호남은 참여정부 시기부터 줄곧 제기돼 온 '호남홀대론'이 반문정서로 이어지며 문재인 전 대표의 맞상대인 안 대표의 손을 들어줬던 것이다.
하지만 더민주가 인재영입·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영입으로 반전의 계기를 맞이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더민주가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처럼 호남출신의 참신한 인재를 영입하고, 문 전 대표가 사퇴하며 패권주의 청산의 신호를 보내면서 더민주의 지지율이 상승추세를 보여서다.
반면 국민의당은 창당 초기 인재영입 과정에서 불거진 혼란, '문자파동' 등으로 나타난 당내 세력간 갈등으로 홍역을 겪으며 초기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달 19~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의 호남지지율은 26%로 더민주(32%)에 뒤쳐졌다. 공식 창당 등으로 인한 컨벤션 효과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갤럽이 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30%의 지지율을 받았지만, 이는 더민주(26%)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야권 분열 초기 국민의당의 손을 들어줬던 민심이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결국 더민주·국민의당의 호남쟁탈전은 설 이후 본격화 될 '공천'에 달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전히 한국정치가 '인물'에 좌우되고 있는데다, 호남지역은 현역의원 교체를 원하는 민심이 다른 지역보다 크다는 이유에서다.
호남 현역의원이 다수 탈당한 더민주는 이같은 공천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주목도가 높은 영입인사를 공천하더라도 불협화음이 일 가능성이 비교적 적기 때문이다. 특히 더민주는 양 전 상무, 오기형 변호사 등을 호남에 투입, 바람을 불러일으킨다는 구상이다.
호남 탈당의원들이 대거 합류한 국민의당은 다소 불안정한 상태다. 천정배 공동대표는 줄곧 뉴DJ(김대중 전 대통령)의 투입을 통한 '호남물갈이'를 주장해왔지만, 이에 대한 현역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돼서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공천과정과 관련해서는 (구체적) 자격과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며 "그 모든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밝힐 예정이고, 이 원칙에 따라 일(공천)을 진행한다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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