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생·로스쿨생 서로 에게 '금수저' ·세습 문제 제기
-실상은 사시·로스쿨 모두 소득 2-4분위 중산층에겐 부담
-법조계,이분법적 논의해선 안돼…어느제도가 취약계층 보호하는 지 살펴야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사시준비생 A(35)씨는 사시폐지로 시끄럽던 2008년 로스쿨에 갈 수 없었다. 이미 대학 등록금 대출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대출을 더 할 형편이 안됐기 때문이다. 학교 고시반에서 공부를 해왔던 A씨는 학원강사로 학자금 대출을 다 갚은 뒤 공부에 나섰다. 그는 "학부 대출금 갚기도 벅찬데, 빚내서 로스쿨을 어떻게 다니란 건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로스쿨 2학년생 A씨(25)는 자신을 '금수저'라고 부르는 사시생들의 기자회견문을 보고 화가 났다. 장학금으로 등록금을 마련하고 생활비를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충당하고 있는 그가 금수저가 돼 있었다. 아버지는 아프셔서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A씨는 "누가 더 못사는 지에 대한 소모적 논쟁이 안타깝다"며 "사시생들에도 어려운 친구들이 있겠지만 그나마 장학금 등 기댈 곳이 있는 로스쿨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시존치 논쟁 우리 사회 계층 문제에 맞닿으면서 파급력을 더해가고 있다. 법조인을 양성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계층 세습에 대한 논쟁으로 변해가는 모양새다. 사시존치·폐지론자 모두 서로를 금수저라고 지칭하며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법조인이 되기 위한 경제적 장벽은 과연 얼마 정도일까. 사시생·로스쿨생들의 실제 생활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비용을 살펴봤다.
◆대학등록금+생활비+수험기간 고려하면 사시비용 9000만원 육박
사시의 표면적 준비 비용은 응시료 5만원이다. 시험에 붙기만 한다면 추가 비용이 필요 없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합격 실력을 마련하기까지 돈을 벌지 않고 공부만 할 수 있는 경제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
구체적으로 집이 없는 사시생에게 필요한 생활비는 80만원 내외 정도다. 신림동에서 월세 30만원짜리 원룸을 잡고 한달 식비 30만원 독서실비 11만원 통신비 3만원·기타 용돈 5만원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여기서 학원비와 교재비가 추가된다. 과목별 기본강의(민법 60만원·헌법 30만원·형법 40만원)를 감을 잡기 위해 1년 정도 끊는 게 보통이다. 책값은 기본서를 사는데 초기 투자 비용이 30만원 가량 든다. 판례를 모아놓은 3-4만원 짜리 판례집이나 모의고사 집은 주기적으로 구입한다.
이를 토대로 25세에 졸업해 사시생 평균 합격나이인 30.66세까지 5년간 공부한다면 비용만 5000만원 이상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사시 준비기간이 늘어 날수록 매년 960만원 정도가 늘어 날 수 밖에 없다. 사시에서 고시합격자 비율이 극소수인 점을 감안하면 등록금 3980만원(서울대 인문사회계열 기준)도 사실상 필수다. 일반 중산층에게는 부담이 되는 금액이다.
◆1억 넘어가는 로스쿨도 중산층에겐 부담…취약계층 어느제도가 보호하는 지 살펴야
로스쿨의 경제적 장벽도 일반 중산층에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독서실비 11만원을 제외하곤 로스쿨생의 생활비도 사시생들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월 80만원에서 크게 벗어 나지 않는 수준이다. 1년에 2번 교과서를 구입 할 때 30만원씩(과목 5개에 6만원짜리 책을 구입했을 경우)드는 것을 제외하곤 별도의 책값이 들지 않는다.
문제는 한 학기에 660만원(모 로스쿨 기준), 졸업까지 3960만원이 드는 학비다. 3년만에 변호사시험을 합격하더라도 6840만원이 드는 셈이다. 대학교 학비를 포함하면 1억원을 훌쩍 넘어 선다.
법조계에서는 '금수저·흙수저'와 같이 단순한 이분법으로 두 제도를 봐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미 중산층이 감당하기에는 두 제도 모두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사시존치를 주장하는 재경지역의 한 판사는 "로스쿨 도입초기 제기됐던 고비용 문제가 저급한 형태로 제기되고 있다"며 "법조인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 근거 없이 서로 흠집내기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시출신이지만 사시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이찬희 변호사는 "이미 양극화된 사회에서 사시든 로스쿨이든 금수저들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어느 한 쪽을 금수저로 매도하기 보다는 어느 제도가 실제 취약 계층을 보호하고 있는 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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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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