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올해 하반기 들어 상장사의 횡령ㆍ배임 사건이 늘어나면서 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회사 돈을 빼 자사 주식에 대해 작전한 혐의로 구속된 대주주, 상장사 두 곳의 자금을 잇달아 횡령한 대표이사들 탓에 애꿎은 소액주주들만 수백억 원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4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새로 발생한 횡령ㆍ배임 사실을 밝힌 유가증권 상장사는 5곳, 코스닥 상장사는 7곳으로 집계됐다. 두 시장에서 발생한 횡령ㆍ배임 사건은 모두 하반기에 집중됐고, 최근 두 달 새 발생한 사건만 6건이었다.
HB테크놀러지와 아이팩토리는 전 대표이사였던 허대영씨가 두 회사에서 각각 128억원, 32억원 규모의 자금을 횡령ㆍ배임한 혐의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불구속 기소됐다. 두 회사는 허씨의 횡령ㆍ배임 혐의 공시 직후 바로 거래정지됐다. HB테크놀러지 소액주주의 주식 비중은 전체 주식의 53%에 달한다. 거래정지 직전 시가총액이 1243억원임을 감안하면 600억원 이상의 소액주주들의 투자금이 전 대표이사의 횡령ㆍ배임 혐의로 발이 묶인 셈이다. 아이팩토리 소액주주의 주식 보유 비중은 HB테크놀러지보다 높은 88%로 약 511억원 규모다.
복수 상장사의 대주주인 김영준 이화전기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회사 숫자만큼 범죄 유형도 다양했다. 김 회장은 최대주주에 올라 있는 이화전기와 이트론 등의 자금 약 87억원을 자신이 소유한 자원개발회사 운용자금 명목으로 빼낸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이화전기 자금 18억원을 이용해 차명으로 코스닥 상장사 이필름의 주식을 매수하고 외부에서 투자금이 들어오는 것처럼 꾸며 약 7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비롯해 해외 자회사의 파산신청 사실을 숨기고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등 허위공시를 내보낸 혐의도 받고 있다.
이화전기와 이트론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라 상장폐지 사유 해당 여부 결정일까지 거래가 정지된 상황이다. 소액투자자의 피해 규모는 주가가 거래정지 직전 수 거래일 동안 이상 급등을 보인 탓에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화전기와 이트론의 소액주주 비중은 각각 92%, 75%로 시가총액 기준으로 환산하면 피해액은 680억원, 840억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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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유가증권 상장사 현대시멘트는 전현직 임원의 배임혐의가 발생해 거래가 정지됐고, 신원은 박성철 회장에 이어 박정빈 부회장 역시 75억원 규모 횡령 사건에 휘말려 주당 2500원 선을 오가던 주가가 한때 1600원 선까지 밀렸다. 에이티테크놀러지도 정기현 전 경영지배인의 14억원 규모 횡령사건으로 11월4일부터 실질심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횡령, 배임 등 기업형 비리가 하반기 들어 더욱 늘어나는 추세"라며 "불법행위가 발생한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지만, 무엇보다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주요주주의 현황과 지배구조 등을 꼼꼼하게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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