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프로축구 K리그가 심판의 금품 수수 논란으로 술렁이고 있다. 공정성이 핵심인 심판이 돈을 받고 특정 팀에 유리한 판정을 내린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제 2의 승부조작 파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산지검 외사부(부장검사 김성문)는 지난 19일 경기에 유리한 판정을 해주는 대가로 프로축구단 사장으로부터 거액의 뒷돈을 받은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프로축구 심판 최모(39) 씨와 이모(36)씨 등 두 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전·현직 프로축구 심판 다섯 명이 금품 수수에 연루된 정황을 포착하고, 이들을 소환 조사한 뒤 이 가운데 최모씨와 이모씨의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에 대한 혐의는 외국인 선수 계약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안종복 전 경남FC 사장(59)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증거를 찾기 위해 안 전 사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다 특정 심판의 이름과 금액이 적힌 수첩을 발견했다. 검찰은 전 경남 구단 직원으로부터 안 전 사장의 지시를 받고 특정 심판에게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안 전 사장이 재임한 2013년과 2014년 경남이 치른 K리그 스물한 경기 동영상을 확보하고 고의적인 오심이 있었는지 정황을 조사하고 있다. 특히 최모씨와 이모씨 등이 돈을 받고서 경남FC에 유리한 판정을 하거나 강등 경쟁 중인 구단에 불리한 판정을 했는지 집중 수사 중이다.
경남은 2013년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열네 개 구단 중 잔류 마지노선인 11위를 해 2부 리그 강등을 피했다. 그러나 2014년에는 열두 개 구단 중 11위에 그치고,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당시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소속이던 광주FC에 져 2부 리그로 밀렸다.
검찰은 심판 두 명을 구속한 뒤 함께 소환 조사했던 나머지 심판들에 대해서는 신병 처리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동영상 분석 등 증거 자료를 검토해 구체적인 혐의가 입증될 경우 추가로 구속될 가능성이 있다. 특정 구단과 K리그 심판이 '검은 돈'으로 유착관계를 형성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광범위한 수사도 배제할 수 없다.
K리그에는 적잖은 타격이 될 수 있다. 2011년 승부조작 사건의 여파가 채 아물지 않은 가운데 그동안 공들였던 자정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위기다.
K리그를 관장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일부 심판의 잘못된 행동을 예방하지 못해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과 국민, 축구계 구성원에 큰 실망감을 안겼다"며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혐의가 확인되는 심판과 구단에 대해서는 상벌위원회를 열어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 심판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모든 사안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입각해 엄격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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