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유형의 기업 소유지배구조와 적은 지분으로 지배권을 행사하는 소유집중 기업구조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역시 이에 발맞춰 기업 소유지배구조의 다양성과 유연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최근 기업소유구조의 글로벌 동향을 조사한 결과 '소유·지배 비례원칙'(보유 주식수에 비례해 회사 지배권을 행사)을 따르는 소유분산 기업구조가 보편적인 기업구조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소유분산 기업구조가 더 이상 보편적인 기업구조가 아니라고 분석한 바 있다. 소유집중기업 비율이 높은 국가의 기업들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과 이들 기업들의 신규 상장비율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 조사대상국의 시가총액을 100%로 할 때 1998년 이후 소유분산기업 비중이 높은 나라들의 시가총액 비중은 58.88%에서 44.13%로 14.75%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소유집중기업 비중이 높은 나라들의 시가총액 비중은 20.26%에서 37.29%로 17.03%포인트 증가했다.
전경련은 "소유분산 기업구조가 더 이상 보편적인 기업구조가 아니라는 것은 이것의 전제가 되는 소유·지배 비례원칙에서 벗어난 다양한 유형의 소유지배구조 기업들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의 정책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예를 들어 덴마크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보유 주식 수와 의결권 비율이 1:10 이상으로 벌어지는 차등의결권 주식발행을 금지하고 있는 상법을 개정해 개별 회사와 주주들이 자유롭게 비율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공정거래법상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간 상호출자 금지, 신규 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과 지주회사 규제 등이 존재한다. 상법에서는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이 금지되어 있다. 전경련은 "소유지배 비례원칙에서 벗어나는 소유지배구조를 직접 규제하기 위해 다른 나라에는 없는 규제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석훈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은 "선진국들이 기업 소유지배구조를 획일적으로 규제하지 않고 기업들에게 다양한 유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이유는 규제로 인해 경제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긍정적 효과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며 "현재 우리나라의 획일적 소유지배구조 정책이 경제전체에 미치는 득과 실을 분명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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