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세계적 석학인 앨런 매닝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은 고용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의 부담으로 이어져 근로자의 고용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 온다는 주류 경제학의 견해에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매닝 교수는 12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노동연구원의 개원 27주년 국제 컨퍼런스에서 '법정 최저임금의 이론과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이 같이 발표했다.
임금 불평등과 관련한 연구로 잘 알려진 매닝 교수는 "통상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자들의 고용을 줄인다는 것은 경제학의 기초로 가정돼 왔지만 실제 경험적 연구에서는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가정은)노동시장의 작동이 완전 경쟁에 상당히 근접할 수 있다는 가정에 근거하고 있어 매우 심각한 오류가 있다"며 "고용 수준은 수요와 공급 모두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임금 인상의 영향은 불분명하고, 결국 최저임금의 고용효과는 실증의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매닝 교수는 영국의 사례를 들어 주류 경제학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영국의 경우, 미국보다 최저임금이 높지만 고용에 대해서는 그 영향을 규정하기 어렵다"며 "영국은 1999년 법정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됐는데 1997∼2007년까지 최저임금의 장기적 영향을 살펴보면 최저임금과 고용의 상관관계가 부족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서 법정 최저임금제가 확산되고 인상압력이 나타나는 것은 각 국가의 실질생활수준 향상을 위한 정치적 압력과 불평등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OECD 고용 전망 등 전문가들의 인식도 수용적 태도로 변했다"고 덧붙였다.
OECD는 1990년까지만 해도 "법정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언급해왔으나, 2015년 고용전망 보고서에서 "합리적인 수준의 최저임금은 고용 상실을 크게 유발하지 않는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이와 함께 매닝 교수는 최저임금이 총수요와 성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저임금 근로자의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에 그 영향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주로 하여금 노동절감 기술발전에 투자를 장려해 혁신과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고 하나, 이 또한 검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5580원이며 내년부터 6030원으로 인상된다. 최저임금 미준수율은 지난해 기준 12.1%로 파악됐다. 한국노동패널자료에 따르면 4인 이하 사업장 근로자의 45%, 음식숙박업 종사자의 34%가 최저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저임금영향권인 근로자 10명 중 2명은 다음해에도 최저임금을 받고 있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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