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의 부친 고(故) 유수호 전 의원의 장례식이 10일 엄수됐다.
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대구라는 정치적 입지를 함께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과 대립하는 구도를 보였다. 이런 모습은 유 전 의원의 빈소 안팎에서 이뤄진 '조문 정치'를 통해 더욱 극명해 졌다.
유 의원측이 집계한 조문객은 현역 의원 113명을 포함 조문객의 이름이 적힌 방명록이 15권에 달했다. 방명록 한권이 20장이고 한장당 10여명 정도의 이름을 적었다고 가정하면 최소 조문객은 3000여명에 달한다고 유 의원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 참모진의 빈소 방문은 없었고, 박 대통령 명의의 화환도 보이지 않았다. 유족이 조화를 사양한다는 공지를 했다지만 이는 곧바로 정치적 해석을 낳았다. 일각에서는 지난 6월 박 대통령이 유 의원을 가르켜 "배신의 정치"라고 비난했던 노기가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여기에 더해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내년 총선을 위해 사퇴 하며 유 의원의 이웃 지역인 대구 동구갑에 출마 할 것이라는 추측이 쏟아졌다. 또 대통령의 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은 상가에서 "공천은 과정도 중요하지만 참신성이 더 중요하다"는 TK(대구 경북)물갈이론 발언이 이어졌다. 청와대의 빈소 외면으로 박 대통령과 유 의원의 관계는 더욱 냉랭해 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유 의원에 대한 지원 사격도 이어졌다. 유 의원을 정계 입문 시킨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유 의원을 끌어안아야한다"고 박 대통령 충고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유 의원에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한 번씩 겪는 아픔, 성장통 아닙니까"라고 위로했다.
김무성 대표도 "승민이하고 나는 형과 아우 사이"라며 "유 의원은 우리 새누리당의 아주 중요한 자산" 끌어 안았다. 김 대표는 또 유 의원에게 "박 대통령 위해 참 열심히 했는데"라는 미묘한 발언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2대에 걸친 슬픔을 보니 감회가 깊다. 2대에 걸친 고통에 대해 가해자는 말이 없는 것 같다"며 뼈있는 말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유수호 전 의원, 박근혜 대통령과 유 의원의 인연을 각각 악연으로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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