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회사에서 '빼빼로 데이' 챙겨야 하나요?"
얼마 전 인턴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한 한 후배가 고민을 털어놓았다. 첫 회사인데 함께 일하는 부서원들에게 빼빼로를 선물해야 하는지를 두고 갈등하고 있는 것이다. 챙기자니 '정직원 되고 싶어서 잘 보이려고 한다'는 말을 들을까 두렵고, 그냥 넘기자니 혼자만 '센스 없어 보일까' 걱정이다.
내일 11월11일, 빼빼로 데이로 명명된 이 날은 사실 한 제과업체의 마케팅 수단으로 만들어졌다. 일부 인턴ㆍ신입사원에게는 앞으로 회사생활을 잘 풀어갈지 여부를, 상사에게는 빼빼로 갯수에 따라 그동안 직원들에게 얼마나 좋은 상사였는지, 평가받는 부담스러운 날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가래떡 데이나 레일 데이 등 다른 기념일로도 통하지만 가장 흔하게 통하는 단어가 빼빼로 데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빼빼로 데이 문화를 소비한다. 직장인, 가족, 연인, 친구간에 과자를 주고받으며 소소한 기쁨을 맛본다.
한국사회에서 이 빼빼로 데이 마케팅이 잘 통하는 이유는 뭘까? 최근 한 연구는 한국 사회가 '알아서~' , '잘~'과 같이 맥락을 알아야만 의사소통을 잘 할 수 있는 '고맥락 문화 국가(high-context culture)'라고 설명했다. '상대방의 진심'을 확인하고 싶은 고맥락 문화에서, 이러한 기념일은 이런 상황에서 '상대방의 진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있는 '구실'이 된다는 것이다. 빼빼로 데이에 과자를 주고받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서로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심리가 깔려있다는 해석이다.
장삿속, 쓸데없이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높지만 빼빼로 데이 하루 만큼이라도 지루한 일상에 활기를 준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적지 않은 듯 싶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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