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래고객 전용상품 유인 효과 적고 외국銀보다 대상 좁아
내년 2월부터 창구서 자동이체 변경·자동송금 가능해져 '제2라운드' 예고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800조원 머니무브(자금 이동)를 예고했던 계좌이동제는 '찻잔 속 태풍'에 머물 것인가. 시행 초반 18만명이 전용 사이트에 접속하며 화제를 모았지만 반짝 인기에 그치는 모습이다. 급여통장이 주거래계좌로 해석돼 각 은행들이 내건 '주거래고객' 전용 상품의 유인 효과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에서는 내년 2월 은행창구에서 자동이체 계좌 변경이 가능해지고 자동송금까지 할 수 있게 되면 고객의 이동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계좌이동제 전용사이트 '페이인포'를 이용하는 고객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줄어들고 있다. 시행 첫날인 30일에는 접속자 수 18만3570건에 달했지만 둘째 날에는 6분의 1인 2만9467건으로 줄었다. 해지는 5만6701건에서 1만3609건으로, 변경은 2만347건에서 1만1470건으로 감소했다.
일부에서는 당초 예상과 달리 계좌이동제가 미풍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권에서는 계좌이동제 시행에 앞서 자동이체 계좌의 변경이 자유로워지면 주거래 고객 확보전이 불붙은 것으로 관측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외국과 차이점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영국은 입출금이 빈번한 계좌(트랜젝션 어카운트), 미국은 수표발행 계좌(체킹 어카운트)를 '주거래계좌'로 정의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급여입금 계좌'를 주거래 은행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각 은행들은 주거래고객 전용 상품을 출시하면서 각종 자동이체 항목과 함께 '급여계자'에 우대 혜택을 부여했지만, 급여계좌를 바꾸려면 고객이 직접 회사에 계좌 변경을 요청해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외의 계좌이동제는 자동이체 계좌를 모두 옮기면서 기존 계좌는 폐쇄되고 잔액까지 모두 옮겨가 그 영향이 상당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며 "급여이체가 주거래계좌를 좌우하는 요건인데 은행은 자동이체 계좌 변경으로만 고객을 유인해야 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계좌이동제가 장기전으로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은 기존 고객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집토끼 수성 전략'에 나섰다. 신규 고객에 혜택을 집중하기보다는 수수료 이월이나 대출납부 고객에 혜택을 주는 등 기존 고객을 지키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내년 2월 은행창구에서 자동이체 계좌를 변경할 수 있고, 자동송금 신청까지 가능해 질 때를 대비하는 움직임도 있다. 일부 은행은 자동송금에 사용될 출금 계좌에 대해 혜택을 내건 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다수의 자동이체가 등록된 계좌가 향후 주거래계좌로 활용될 가능성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자동이체 항목에 우대 혜택을 부여해 고객이 만족하면 급여이체 계좌를 옮겨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그간 주거래계좌를 바꾸는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자동이체 계좌를 변경하는 것이었다"며 "자동이체를 하게 해 놓으면 고객을 묶어놓는 효과가 있었는데 이제 그 빗장이 풀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은행이 단기적 성과에 치중에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기 보다는 비용상승을 고려해 일단은 고객의 이동 추이를 살펴볼 것을 주문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계좌이동제가 고객에게는 편익을 향상 시켜주지만 은행입장에서는 비용상승 요인"이라며 "너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보다 어떤 고객들이 빠져나가는 지 보고 강력한 마케팅 수단을 쓰든 고객 분석의 도구로 사용하든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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