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반군의 핵 공격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미 국방성은 핵잠수함 '앨라배마'호를 출정시킨다. 러시아 핵미사일 기지가 있는 가까운 바다까지 가 핵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앨라배마호. 본국에서는 핵 공격에 대한 명령이 단계적으로 타전되고 마지막 공격 명령만 남은 긴박한 순간, 러시아 측의 어뢰 공격에 통신 장비가 고장나며 무전이 끊긴다.
백발의 베테랑 함장 램지는 러시아가 핵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며 직권으로 미사일 발사를 명령한다. 이때 젊은 부함장 헌터 소령이 핵미사일 발사는 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될 수 있는데 국방성의 최종 명령 없이 발사할 수 없다며 버틴다. 이어지는 두 사람의 설전. 헌터 소령은 함장과 부함장이 동시에 동의해야만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램지 함장의 지휘권을 박탈한다.
램지 함장은 자신의 방에 구금되고, 본국의 명령을 기다리는 헌터와 앨라배마 승조원들. 이때 다시 러시아 잠수함의 어뢰에 앨라배마호 일부가 파손되면서 침몰 위기까지 가자 일부 장교들이 램지 함장을 빼내 역으로 헌터의 지휘권을 박탈한다. 이번엔 헌터가 구금되고 램지는 착실히 공격 준비를 마친다.
발사를 불과 몇 분 앞둔 시점, 헌터가 다시 부하들의 도움으로 탈출하고 램지와 헌터를 지지하는 군인들이 서로 총을 겨누고 대치하는 극한 상황까지 치닫는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극적으로 통신 장비가 복구되고 '공격 중지'라는 명령을 확인한다. 램지는 지휘권을 다시 헌터에게 넘기고 몇 달 후 둘은 해군본부에서 사건 경위에 대해 조사를 받는다. 군의 생명과 같은 명령 불복종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램지는 자신은 조기 전역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헌터를 함장으로 승진시킬 것을 건의하고 이 제안은 받아들여졌다. 1995년 토니 스콧 감독의 영화 '크림슨 타이드'의 줄거리다.
'까라면 까라'는 게 군대문화라는 인식에 사로잡혀서인지 해군의 조사 장면에서 헌터가 징계를 받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상황에서 상관에게 항명을 넘어 사실상 반란을 일으킨 셈이 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를 감독은 할리우드식 '해피엔딩'으로 불식시켰지만 "과연 우리나라였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
잘못된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용기를 인정해주는 사회. 2015년 대한민국은 그런 사회일까.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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