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뿌옇게 뒤덮던 '미세 먼지'가 사라진 일요일 오후. 청명한 가을 하늘 때문인지 발걸음도 가벼웠다. 평화로운 시골 마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날씨였다. 시골집 감나무에 달린 감이 맛 좋게 익었다. 바람이라도 불면 금방이라도 '툭' 떨어질 것처럼 보였다. 길가에 핀 맨드라미는 바람에 몸을 맡겨 조금씩 일렁였다.
이곳을 왜 '평화의 섬'이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아직은 문명의 때가 덜 묻은 탓인지 시간이 멈춰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곳은 강화도 서북쪽에 있는 또 다른 섬, 교동도다.
교동도의 중심인 대룡시장에는 1970~80년대를 연상하게 하는 이발관, 약방의 모습이 지금도 그대로다. 여전히 과거의 방식대로 영업한다. 교동도가 일반인에게 알려진 것은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서 방송한 이후가 아닐까. 방송 시점이 2010년 3월이니 벌써 5년의 세월이 흘렀다. 방송 당시 교동도는 '신비로운 섬'으로 그려졌다.
교동도의 시간적, 공간적 특별함 때문이다. 교동도는 민간인 통제 구역에 있는 섬이다. 북한 황해도와는 직선거리로 2.5㎞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서울 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의 직선거리가 2.5㎞다. 북한을 바라보는 교동도 해안가는 철책으로 둘러싸여 있다. 1박2일 방송 당시의 교동도와 지금의 교동도는 차이가 있다. 가장 큰 것이라면 교동도가 육지와 다름없는 환경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강화도와 교동도를 잇는 '교동대교'가 개통했다. 과거처럼 강화도에서 배를 타고 그곳을 찾는 게 아니라 승용차를 이용해 교동도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다만 교동도 방문을 위해서는 강화도에서 다리를 건너기 전 '해병대 검문소'를 거쳐야 한다.
그곳에 이름과 연락처 등이 담긴 방문신고서를 제출한 뒤 녹색 임시출입증을 지닌 채 교동도를 방문할 수 있다. 외부인은 자정까지 교동도에서 나와야 한다. 과거보다는 훨씬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해졌지만, 그래도 북한을 지척에 둔 교동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교동도는 살아 있는 안보교육의 현장이다. 남북이 대치하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고, 북한이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교동도에는 '강화도 나들길' 코스도 있다. 대룡시장을 넘어 남산포, 교동읍성, 교동향교, 화개산을 돌아오는 코스다. 교동읍성 부근에는 '연산군' 유배지도 만날 수 있다. 여행의 계절, 가을을 맞아 가족과 교동도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평화로운 공기 한 모금, 교동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그 특별한 단맛을 느껴 보자.
류정민 사회부 차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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