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애틀에 있는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회사 '그래비티 페이먼츠'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댄 프라이스(31)는 지난 4월 모든 직원들에게 3년 내에 최소 연봉 7만달러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 돈으로 하면 8000만원이다. 직원 수 120명 규모의 회사일 따름이었다.
댄 프라이스는 100만달러가 넘는 자신의 연봉을 90% 이상 깎아 직원들의 연봉 인상에 충당하겠다고도 했다. CEO와 종업원 간 임금 격차가 300배에 이르는 미국에서 일종의 새로운 모델을 충격적으로 선보인 것이다. 그의 메시지는 간명하다. "도덕적 의무"라는 것이다. 또한 CEO로서 더 많은 돈을 벌어봤자 자신이 누린 '사치'는 "스노보드를 타거나 술집에서 다른 사람들의 술값을 내는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배경에는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있다. 그는 행복을 위한 기준 연봉을 7만5000달러로 제시했다. 그 수준 이하에서는 소득이 올라갈수록 행복감이 커지지만 넘어서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대로라면 댄 프라이스의 결정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자신의 행복에 별다른 의미를 주지 못하는 잉여 소득을 나누면 다수의 행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댄 프라이스의 실험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몇 달 만에 경영 악화로 댄 프라이스가 자신의 집까지 내놓은 상태라는 외신 보도가 지난 8월 나왔다. 7만달러 이상 고액 연봉을 받고 있던 직원들이 박탈감을 느껴 일부는 퇴사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한 정보기술(IT) 전문 매체는 그래비티의 매출과 순이익이 연봉 인상 약속 전에 비해 두 배가량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퇴사한 직원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고 직원 수는 10명가량 되레 늘었다. 결과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일러 보인다.
댄 프라이스의 사상적 뿌리는 템플대학을 세운 러셀 콘웰 목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숱한 강연과 저서에서 '다이아몬드의 땅'이란 이야기를 즐겨 했다. 페르시아의 한 부자가 부족할 것 없는 삶에도 불구하고 다이아몬드를 찾으러 나섰으나 실패하고 객사하고 만다. 그 부자가 갖고 있던 농장을 넘겨받은 사람은 가족들과 함께 결실을 나누며 행복하게 살다가 우연히 빛나는 돌, 다이아몬드를 발견했다. 결국 그 부자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보물은 자신의 일상에 숨어 있었다는 것이다.
러셀 콘웰 목사는 "돈은 힘이다. 누구나 돈에 대한 올바른 야망을 가져야 한다. 돈이 있을 때 더 많은 선을 베풀 수 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좀 거칠게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쯤 될까. 댄 프라이스가 어떤 다이아몬드를 찾아낼지, 자못 기대된다.
박철응 건설부동산부 차장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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