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정치 논쟁으로 변질돼 4대 구조개혁 등 민생경제 돌보기에 차질이 생기면 안 된다는 점을 27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2일 국정화 행정예고 고시 종료를 앞두고 야당과 학계, 시민사회의 국정화 저지 움직임이 강도를 더해가는 가운데, 박 대통령의 국정화 강행 의지 재확인은 국정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미국의 핵심기술 이전 거부로 논란이 된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하면서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등 전면적인 외교ㆍ안보라인에 대한 문책 요구에는 선을 긋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의 취임 후 세 번째 국회 시정연설은 내년도 예산안 편성 방향과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지만, 관심은 국정화와 KF-X 사업 부실, 미ㆍ중관계 혼선 논란 등으로 좁혀진다. 박 대통령은 국민적 관심사인 국정화 문제에 대해선 '경제활성화의 발목을 잡게 하면 안 된다'는 식의 우회적 의견표명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국정화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당위성 설파에 매몰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정화 문제는 국사편찬위원회 등 전문가에게 맡기고 정치권은 민생법안 처리와 4대 구조개혁에 집중해야 한다는 프레임을 내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의 '요지부동'이 확인되고 내달 2일 행정예고 종료 및 5일 국정화 고시 확정, 11월 내 집필진 구성 착수 등 정부의 국정화 작업이 속도를 내면 연말 정치권은 극도의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여론이 찬반으로 갈려 요동치는 것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으로 하여금 필요 이상의 쟁점화 혹은 본질호도의 유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예산안 편성 방향과 국회 입법 협조 당부 등에 집중하고, 정치ㆍ외교 현안들에 대해선 비공개 환담 자리에서 의견을 나눌 가능성도 있다. 박 대통령은 통상 시정연설에 앞서 국회의장실에서 5부요인, 여야 지도부와 비공개 회동을 갖는다. 지난 22일 여야 지도부와의 청와대 5자 회동이 별다른 소득 없이 이견만 확인한 자리가 됐다는 점에서, 5일만의 '재회'에서 박 대통령이 특히 야당 지도부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지 관심을 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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