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좌편향' 논란 검정 한국사교과서 들여다보니…

시계아이콘02분 28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좌편향' 논란 검정 한국사교과서 들여다보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22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과 관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AD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정현진 기자] "일부 교과서가 북한에서 주장하는 주체사상을 무비판적으로 개재하고 있다."(황교안 국무총리)

"역사교과서에서 김일성 주체사상을 미화한 부분을 확인했나?"(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정부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이 좌-우 진영간 대립을 극단적으로 고조시키고 있다. 현재 한국사교과서가 '좌편향'으로 서술돼 있다는 정부ㆍ여당, 꼭 그렇지는 않으며 검정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학계ㆍ야당의 주장은 타협의 여지 없이 팽팽하다. 문제가 된 교과서의 실제 내용을 살펴본다.

◆'주체사상' 논란=정부ㆍ여당은 현행 한국사교과서가 북한의 선전선동 목적으로 만들어진 주체사상을 그대로 소개하는데 그치고 있다고 비판한다. 구체적 비판 없이 주체사상을 원문 그대로 인용, 학생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 대표적 근거는 금성출판사 한국사교과서의 407쪽이다. 해당 교과서에는 '더 알아보기'란 항목으로 북한 당국이 주장하고 있는 '주체사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교과서를 확인해보면 그 내용은 북한 당국이 주장하는 주체사상을 인용해 설명한 부분이다. 교과서 집필진이 주체사상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문제가 된 서술 부분 뒤에는 "주체사상은 김일성주의로 천명되며 유일지배체제의 사상적 바탕이 됐다"는 비판이 적시돼 있다.


이 서술은 교육부의 집필 기준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교육부가 최근 고시한 2015 역사과 교육과정에는 성취기준으로 '북한 사회의 변화와 오늘날의 실상을 살펴보고, 평화 통일을 위해 남북한 사이에서 전개된 화해와 협력의 노력을 탐구 한다'고 제시돼 있고, 이를 위한 학습내용으로 '주체사상과 세습체제'가 기재 돼 있다.


학계와 야당도 이를 근거로 정부ㆍ여당의 좌편향 주장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송양섭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는 "주체사상에 대해 비판을 하더라도 (학생들이) 최소한 어떤 내용인지는 알아야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좌편향' 논란 검정 한국사교과서 들여다보니…


◆'6ㆍ25 남침' 논란=6ㆍ25 전쟁의 개전 책임 소재도 논란 중 하나다. 정부ㆍ여당은 기존 교과서들이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6ㆍ25 전쟁의 책임이 남북한 모두에 있는것처럼 서술했다'고 비판한다.


미래엔 교과서에 '탐구활동'으로 소개된 '역사앞에서'도 그 중 하나다. 탐구활동에는 역사학자 김성칠(1913~1951)이 6ㆍ25 전쟁 중 남긴 일기를 인용, "그들은 피차에 서로 남침과 북벌을 위하여 그 가냘픈 주먹을 들먹이고 있지 아니하였는가. …(중략)…대한민국의 요로에 있는 분들이 항상 북벌을 주장하고 (하략)…." 라고 서술했다.


그러나 해당 교과서 316쪽에는 "1950년 6월25일 새벽, 북한은 전면적으로 남침을 해왔다"고 개전 주체를 명백히 서술하고 있다. 교과서에 적힌 김성칠의 일기 내용도 남한의 '공동책임론'에 무게를 둔 기술이라기보다는 당대인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사료(史料) 수준이다.


현직 역사교사인 A(50ㆍ여)씨는 "모든 교과서에서 6ㆍ25 전쟁이 남침이라는 사실(Fact)을 적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김성칠의 일기가 인용된 것은 당시 신성모 국방장관이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남북간의 군사적 갈등이 이어지던 국면을 보여주는 사료로서 개전책임과는 별개의 내용"이라고 말했다.


◆경제발전 서술 논란=정부ㆍ여당에서는 현행 교과서가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부정적으로 기술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황우여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지난 12일 국정화 발표 기자회견에서 "(좌편향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근대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최단시기에 달성한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자랑스런 대한민국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표적 사례가 미래엔 교과서 340쪽이다. '구조적 취약성이 심화되다'라는 소주제 하에 "외자유치를 통한 수출주도형 성장정책으로 우리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심화됐다. 이런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로 이어졌다.", "대표적 기업인들은 각종 혜택을 악용해 횡령과 비자금 조성을 일삼고…실형을 선고받은 기업인 대부분은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명분으로 특별사면 됐다"는 대목이다.


하지만 교과서에는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서술하는 부분도 적잖다. 340쪽에는 재벌체제에 대해 "물건 하나라도 더 수출하기 위한 기업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한강의 기적은 불가능했다. 기업인들은 우리 기업에 대한 국제적 인지도가 낮은 여건에서 새로운 해외시장을 개척해 나갔다"고 서술돼 있다. 또 '경제적 고도성장을 이룩하다'는 소단원에서는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이후 국민소득은 무려 19배 이상 증가했다.…(중략)…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해 가난에 시달리던 국민생활이 크게 윤택해졌다"는 부분도 있다.


◆건국ㆍ독재 표현 논란='건국절'과 '독재' 표현을 둘러싼 내용도 꼽힌다. 검정교과서 대부분은 1948년 단독정부와 관련해 대한민국에는 '정부 수립', 북한에는 '국가 수립'이라는 표현을 사용,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격하시켰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두산동아 한국사교과서 273쪽을 보면,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하였다"라는 말과 함께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 수립을 선포하였다"는 내용이 동시에 적혀 있다. 하지만 해당 면에 있는 두 개의 소제목에 남북 모두 '정부' 수립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또 '독재'라는 표현을 두고 북한에는 단 2번, 남한에는 무려 24번이나 사용됐다는 점을 들어 좌편향이란 주장을 하고 있다. 황우여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 김재춘 전 교육부차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끊임없이 지적하는 주제다.


하지만 분석 결과 이 대목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교과서에서 현대사를 기술한 부분은 58쪽이고, 이 중 북한사(史)는 2.5쪽에 불과해 독재라는 표현의 사용빈도에도 자연히 차이가 발생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래엔 교과서 집필진인 송 교수는 "분량차이도 있거니와, 북한의 독재를 비판하는 용어로 유일체계, 우상화 등 다양한 서술어가 등장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