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면세점 2차전…롯데·SK '방패' 신세계·두산 '창'
치열한 두뇌싸움 4人4色 '전략 카드, 공개 타이밍 엇갈려'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서울 시내면세점 운영권을 놓고 대기업 오너들의 경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롯데와 신세계가 앞다퉈 '카드'를 내놓고 있다. 특히 롯데의 경우 소공점과 잠실 월드타워점 수성 여부에 그룹 전체의 운명이 뒤바뀔 수 있는 기로에 서면서 화력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에 뒤질세라 신세계도 CJ와 손잡고 서울 시내면세점 입성을 위한 총공세에 나섰다.
반면 시내면세점 입찰에 나선 SK네트웍스와 두산은 아직 잠잠한 모습이다. 관세청의 특허권 심사가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로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전략 공개 타이밍을 놓고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그룹이 서울 시내면세점 운영을 위해 설립한 신세계디에프는 6일 CJ E&M과 6일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한류 콘텐츠를 활용해 서울 중구 명동과 남대문 지역의 관광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내용이 골자다. 서울 시내 면세점 시장 진출을 위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이재현 CJ회장이 손을 잡은 것이다.
신세계디에프와 CJ E&M은 명동과 남대문을 잇는 1km 구간에 터치스크린이 있는 '미디어폴'을 약 30대 설치하기로 했다. 관광객들은 이 미디어폴을 통해 남대문시장 등 주변 관광 정보를 얻고 한류 스타들의 영상과 사진 등을 볼 수 있게 된다. 신세계디에프는 서울 시내 면세점 입지 후보인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남대문시장을 연계한 관광 코스를 활성화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소공점과 잠실 월드타워점 수성에 나선 롯데는 초반부터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면세점 사수 여부에 따라 호텔롯데 상장 등의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호텔롯데의 매출은 롯데 면세점에서 80% 넘게 발생한다. 또 연쇄적으로 순환출자 해소와 그룹 장기플랜 등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면세점 사수에 만전을 기하라는 특명을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신 회장은 최근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에도 적극적이다. 신 회장은 지난 4일 "블프가 경제활력과 소비진작을 위해 유통 서비스 계열사가 그 어느 때 보다 앞장서야 한다"며 "자체 유통마진을 줄여서라도 좋은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롯데 계열사들은 곧바로 물량을 풀었고 롯데면세점도 해외 명품잡화, 시계ㆍ보석, 악세서리, 화장품ㆍ향수 등 전 품목 중 198개 브랜드로 확대하고 가격도 최대 80%까지 낮추기로 했다. 정부 주도 행사에 적극적이고 낮은 자세를 보이는 이유도 면세점 수성 의지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롯데면세점은 특허 신청 마감일을 이틀 앞둔 지난 달 23일 '2016년부터 향후 5개년 간 외국 관광객 1300만명을 직접 유치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비전 2020'을 발표하기도 했다.
신동빈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서울 시내면세점 싸움에서 잰걸음을 하고 있는 반면 SK네트웍스와 두산은 아직까지 이렇다할 승부수를 내놓지는 않고 있다. 관세청 심사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카드와 타이밍을 계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SK네트웍스의 경우 최근 경영 일선에 복귀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카 라이프, 패션과 함께 면세점을 3대 그룹 신성장 사업으로 내세운만큼 공격적인 복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 회장이 평창올림픽 지원, 전역연기 장병 특별채용 등 정부정책에 적극적으로 화답한 것도 면세점 특허권 확보를 위한 행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동대문 두산타워를 입지로 내세운 두산도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 두산은 '지역 상생형 면세점' 조성을 통해 대문지역의 상권 활성화를 약속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직을 겸임하고 있어 면세점 인허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시내 면세점 중 올해 면세점 특허가 만료되는 곳은 롯데면세점 소공점(12월 22일)과 월드타워점(12월 31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11월 16일)이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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