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 최근 국민안전처 세미나서 지적...우울증·베르테르효과 등 원인별 대처 중요성 강조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부끄러운 1위'라는 높은 자살률의 원인은 빈부격차 등 사회 구조적 요인보다 억울함 등 개별적 요인의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국민안전처가 주최한 '안전사고 사망자수 감축을 위한 중앙ㆍ지자체 합동세미나'에서 자살 예방대책에 대한 기조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전 교수는 이와 관련 우리나라보다 빈부 격차가 크고 총기 소지까지 허용하고 있지만 사망자 대비 자살자 비율이 훨씬 적은 미국 메사추세츠주를 예로 들었다. 이 곳은 자살사망자 비율이 8.3%로 서울의 21.2%보다 훨씬 적다. 특히 2010년의 경우 75세 이상 여성 자살자가 한 명도 없었다.
전 교수는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2013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29.1명으로 OECD국가 중 1위를 차지한 이유로 우울증, 베르테르효과, 아동학대, 6ㆍ25 전쟁 등을 들었다.
특히 국민들 스스로 우울증이라 여기지 않는 이들이 많아 제때 치료를 하지 않아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유명 연예인이 자살할 경우 모방ㆍ동조 자살하는 현상도 강하며, 아동 학대로 인한 트라우마로 성인이 된 후에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 부모가 사망했을 경우 자살 시도 횟수가 높아지는 데,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때 죽거나 실종된 이가 당시 전체 인구의 5%인 약 100만명에 달한다. 이로 인해 60세 이상 한국인의 경우 19세 이전에 부모님이 모두 또는 한쪽이라도 돌아가신 경우가 26.6%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경우만 18.6%로, 미국 또는 다른 서구 국가들의 3~4%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따라서 이같은 발생원인 별로 자살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게 전 교수의 지적이다.
우선 정신건강 문제를 치료받는데 있어 편견, 차별,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해야 배려 해야 하고, 노인의 경우 지역사회와 연결을 강화시켜 고립되지 않게 하고 봉사에 참여해 삶의 희망ㆍ보람을 찾도록 해주는 게 중요하다.
전 교수는 특히 '생명사랑운동' 보다 '타인존중운동'이 더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자신보다 처지가 어려운 사람을 더 배려하고 트라우마를 주지 않는 사회적 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경제적ㆍ사회적 빈곤은 절대적이라기 보다는 상대적인 것으로, 자신의 존엄이나 가치를 비하당했을 때 우울증이나 자살 위험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동학대의 엄격한 금지, 학교내 폭력ㆍ왕따에 대한 예방, 학교내 타인 배려ㆍ봉사에 대한 장려, 우울증, 자살시도 등 고위험 가족 조기발견 및 치료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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