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가 디젤 차량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면서 국산 디젤 차량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환경부가 폭스바겐 차량에 이어 국산 디젤 차량에 대해서도 조사 방침을 밝혀 연비조작 파문의 불똥이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국산차로 옮겨 붙는 건 아닌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환경부는 눈속임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폭스바겐 차량에 이어 현대기아차 등 국내에서 판매 중인 모든 디젤 차량에 대한 조사를 12월부터 실시한다고 1일 밝혔다. 유로5, 유로6 인증을 받은 디젤 차량에 대해 인증 시험과 실도로 주행, 임의설정 확인 검사를 한다는 게 환경부의 방침이다.
최근 디젤 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완성차 회사들도 디젤 차량 라인업을 확대해 왔다. 현대차는 지난 7월 대표 중형 세단인 쏘나타에 디젤 모델을 추가했고 기아차도 신형 K5 디젤 모델을 출시했다. 한국GM도 8월 출시한 트렉스 디젤 모델 효과를 보고 있다. 디젤 모델이 본격적으로 팔리면서 트랙스는 지난달에 1420대를 판매해 2013년 2월 국내 출시 이후 월간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폭스바겐 사태에서 보듯 조작 사실이 확인되면 리콜에 그치지 않고 판매 정지와 기업 이미지 훼손, 소비자의 손해배상 소송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 폭스바겐이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내야 할 벌금(최대 180억 달러)과 리콜 비용(최대 200억 달러) 등을 합한 금액이 최대 55조 원에 달한다. 세계 각국 소비자들의 손해배상소송도 이어지고 있어 폭스바겐이 물어내야 할 돈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가 독일에서 배출가스 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 본부를 둔 독일자동차연맹 아데아체(ADAC)의 측정 결과를 인용해 "유럽에 팔리는 상당수 디젤 차량이 주행 중 질소산화물(NOx)을 유럽연합(EU) 기준 허용치보다 10배 이상 방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의 i-20와 피아트 500x 1.6, 시트로앵 DS5 하이브리드 4 등은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허용치의 6배가 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데아체가 이번 조사에서 적용한 WLTC 방식은 EU 현행 방식(NEDC)보다 실제 주행 상황에 가까워 오는 2017년부터 EU에서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는 유럽의 제반 규정과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12월 시작되는 환경부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그 파장이 어느 정도 일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하지만 환경 테스트를 받을 때 배출가스가 적게 나오도록 설계하는 것은 자동차 업계의 관행이기 때문에 환경부의 국산 디젤차 조사 방침에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람도 평지를 걸을 때와 등산할 때 호흡이 달라지듯이 차도 환경 테스트를 받을 때와 실제 주행에서 나오는 배출량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일단은 조사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스트 받을 때와 실제 주행에서 나오는 배출가스가 얼마나 차이가 나느냐, 그 차이가 폭스바겐처럼 당국과 소비자를 속일 목적으로 의도적인 행위에 의해서 발생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서 파장의 정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