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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리더십] 결혼했다, 안 잘렸다…내가 '1호'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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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친화경영의 산 모델·女직원 인식을 바꾼 작은 혁명가, 이호경 유한킴벌리 전무
결혼·출산 일단 저질러라 닥치면 한다
힘들면 홀로 참지말고 주변에 알려라
女임원들과 위원회 만들고 조직 발족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1980년대 국내 기업에서 일한 여성 대부분은 경리 등 후선 지원업무를 했다. 대졸보다 고졸 출신 여직원이 더 많기도 했다. 그나마 취업문을 뚫은 대졸 여성의 일도 별 차이가 없었다.

특히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여길 정도로 여성이 일하기에는 척박한 환경이었다. 청첩장이 곧 사직서와 같았다.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되며 국내 여성 노동시장이 본격 열렸지만 관행의 뿌리는 깊었다.


현재 국내 대표적인 여성 및 가족 친화적인 기업으로 꼽히는 유한킴벌리는 그해 1월 정식으로 3명의 대졸 여성 직원을 뽑았다. 이 중 1명이었던 이호경 유한킴벌리 전무는 사직서나 다름없었던 청첩장을 돌리고도 퇴사하지 않았던 회사 최초의 여사원이다.

◆"결혼이 죄인가? 가사와 육아는 남녀 함께 해야 하는 일"


이 전무는 "당시에는 국내 모든 회사들이 여직원이 결혼하면 무조건 사표를 내야 하는 것을 당연시했다"면서 "입사 2년 만에 결혼했지만 '내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그만 두느냐'며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내가 그만 두지 않아 오히려 당시 내 상사가 힘들어 했다"며 웃었다.


이유를 묻자 "왜 아직도 회사를 다니게 하냐고 주위에서 상사에게 말들이 많았다"고 답하며 "지금의 나를 있게 도와준 참 고마운 분"이라고 덧붙였다.


결혼 이후 출산과 육아의 과정은 이 전무에게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전무는 자신의 두 아이를 남편은 물론, 자신을 도와준 모든 사람과 회사가 함께 키웠다고 했다.


그는 "육아는 엄마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일맘'으로 살아가는 데 두 바퀴의 동력이 필요한데 한 바퀴는 가족이고, 나머지 한 바퀴는 나 자신"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희생해 가족을 돌보면 내가 희생한 만큼 남편과 아이도 잘해야 한다는 보상심리가 생기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전무는 "가사를 도와준다는 표현은 같이 하는 일로 고쳐야 한다"며 "두 바퀴가 때로는 멈추고, 때로는 굴리면서 균형을 잡아야 가족과 자신 모두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그는 결혼과 출산을 고민하는 후배 여성들에게 평소 "일단 저질러라, 닥치면 다 한다, 절대 포기 마라, 끝까지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고 했다.


◆"같이 고민하자.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이 전무가 숱한 벽을 깼지만 어려움을 겪는 여성 후배들은 여전히 존재했다.


그는 "돌아보니 후배들도 내가 그 당시에 겪었던 힘든 시기를 각자 보내고 있었다"면서 "본인이 껴안고 있는 문제를 누군가가 나서서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서로 경험담을 나누면 혼자가 아니라는 일체감과 동질감을 얻을 수 있다. 이는 곧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말과 같다"고 했다.


2011년 당시 상무였던 이 전무는 여성 임원들과 함께 여성위원회를 만들고 각 부서에 있는 여성 직원들을 처음으로 한곳에 모아 후배들을 끌어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해 1월 'KWIN(Korea Women Interactive Network)'이라는 조직을 발족하게 됐다. 여성 직원들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당연하게 이 전무가 KWIN 의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이 전무는 "한 마디로 여성 직원들이 자신들의 경력 계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사내 활동 영역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는 조직"이라며 "특강이나 세미나뿐만이 아니라 바로 앞선 선배와의 연결, 같은 고민을 가진 이들끼리의 연결 등을 통해 각자의 경험을 나누고 결핍된 부분을 채울 수 있게 하는 실질적인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여성 리더가 아니라 사람 리더가 중요하다"


이 전무는 "'여성 리더'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으로 어느 시점에서는 사라질 과도기적 용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과 같은 다양성의 시대에서 성별뿐만 아니라 인종, 문화 등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야 조직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각각 인구의 절반을 자치하는 남성과 여성을 따로 분리한다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전무는 "불과 20년 전만 해도 여성이 상사가 되면 나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오래된 얘기가 아니다"면서 "어떻게 여자 밑에서 일하느냐, 그런 남자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고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하다못해 여성이 출근시간에 운전하면 아침부터 여자가 운전한다는 말로 비하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처음에 얼마 동안의 과도기에만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이지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당연하게 여겨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가고 있는 터널은 끝이 존재 한다"


이 전무는 조언을 구하는 여성 후배들에게 항상 "자신에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주변에 많이 알리라"고 강조한다.


지금 자신만이 힘들어 죽을 것 같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도움을 줄 수 있는 동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주위에 있는 동료나 상사들이 모두 여성에 대해 이해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미처 생각을 못했거나 어떤 게 필요한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며 "혼자서 참고 끙끙거리지 말고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펼쳐 놓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금 당장 힘들다고 낙담하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버텨야 한다"면서 "한 단계 한 단계 지나며 동료들과 공감하면서 현재 상황을 객관화시켜 보면 보이지 않았던 것도 볼 수 있고, 다른 사람을 쳐다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 전무는 "성공해서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이 행복일 수도 있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 자체가 행복일 수도 있다"며 "자리를 위해서 일하는 것보다 지나는 과정마다 최선을 다해서 하다보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she is… ▲이화여대 경영학과 졸업 ▲1987년 유한킴벌리 입사 ▲하기스 마케팅 리더, 여성용품사업부문장, 온라인사업부문장 등 역임 ▲現 가정용품사업부문장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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