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생산 8월 휴가 시즌에도 증가세
-소비도 늘어 메르스후유증 벗어나
-제조업, 수출기업 경기전망은 보합에 그쳐
-전문가들 "미약한 회복세..불황탈출은 아냐"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실물지표와 체감지표간의 괴리가 여전하다. 생산과 소비가 늘어나면서 경기회복이 진행될 수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아직도 실물지표의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8월의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5% 증가하면서 3개월 연속 증가했다. 8월은 휴가시즌이어서 조업일수가 줄어들어 광공업생산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광공업생산이 증가하고 소비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후유증에서 벗어나면서 전반적인 상승세를 견인했다.
광공업 생산은 자동차(-9.1%)와 기타운송장비(-4.2%)가 감소했지만 반도체(11.6%)와 통신ㆍ방송장비(31.1%) 등이 늘어 전월보다 0.4% 증가했다.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1.9% 증가했다. 7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증가세다. 의복 등 준내구재(4.4%)와 가전제품 등 내구재(2.8%), 화장품 등 비내구재(0.3%)판매가 모두 늘었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3포인트 상승했다. 앞으로의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1포인트 올라갔다.
전백근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갤럭시노트5 등 휴대전화 신제품과 모바일용 반도체 생산 등으로 생산이 호조를 보였다"면서 "소비도 메르스 여파에서 거의 벗어났고 정부의 소비활성화 정책도 어느 정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8월까지의 지표가 개선의 흐름을 보였지만 체감경기는 답보상태다. 전경련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10월 종합경기 전망치는 101.2로 기준선 100을 소폭 상회했다. 전망치가 기준선을 상회한 데에는 미국 금리 동결, 환율 상승 등 긍정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나, 그밖에 중국 경제 불안, 수출 감소 지속 등 부정적 요인도 상존하고 있다.
전망치를 부문별로 살펴보면 내수(103.7), 채산성(102.0)은 긍정적으로, 투자(100.0)는 보합, 수출(97.3), 자금사정(98.2), 재고(101.8), 고용(99.2)은 부정적으로 전망되었다.재고는 100 이상일 때 부정적 답변(재고과잉)을 의미한다.
9월 BSI 실적치는 96.1로 5개월 연속 기준치 100을 하회했다. 실적치를 부문별로 보면 고용(100.4)을 제외한 내수(98.6), 수출(96.1), 투자(98.8), 자금사정(97.3), 재고(102.9), 채산성(95.5) 등 모든 부문에서 부진했다.
9월 수출(잠정치기준)이 소폭 반등에 성공했지만 수출기업들의 향후 전망은 밝지 않다.산업통상자원부는 9월 수출액이 435억1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8.3%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전년대비로는 감소했지만 전월 감소폭(-14.7%)과 비교하면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602개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출산업경기전망(EBSI)를 보면 4분기 EBSI 100.4을 기록해 수출경기는 전분기 수준으로 예상됐다. EBSI는 0∼200을 갖는 지수로서 전분기에 비해 경기를 밝게 보는 의견이 많을수록 200에, 경기를 어둡게 보는 의견이 많을수록 0에 가까워진다. 따라서, 좋게 보는 의견과 나쁘게 보는 견해가 균형을 이룰 경우 100이 된다.
품목별로는 석유제품은 113.6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선박(111.1), 의료ㆍ정밀 및 광학기기(110.9), 반도체(105.6)가 그 뒤를 이었다. 석유제품의 경우 정제마진 회복 및 단가하락에 따른 수요증가로 4분기 전망을 밝게 보고 있으며 선박은 전분기 실적 악화에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4분기 수출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는 PC수요부진과 세트업체들의 재고증가 등으로 경기전망이 밝지 않으나 시스템반도체는 신규수요처 확보(애플, 퀄컴과의 AP파운드리 체결)와 중국 휴대폰 업체의 사양 고급화 등으로 4분기 수출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나타났다.
무선통신기기, 가전, 자동차 등 대부분의 품목의 수출경기는 전분기 대비 악화될 것으로 조사됐다.
4분기 주요 수출애로요인으로는 수출대상국의 경기부진(20.9%)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원화환율 변동성 확대(16.6%) 및 중국 등 개도국의 시장잠식(13.8) 등이 주요 요인으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대내외 환경이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이 혼재해 일련의 경지지표만으로 경기회복의 신호로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는 "현재 한국경제에 대해 평가를 하자면 거시경제 전반의 상황만 놓고 보면 아직 불황 국면에서 벗어낫다고 보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판단된다"면서도 "그러나 산업 경기를 분해애서 분석해 보면 일부 회복의 조짐이 미약하나마 존재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산업 경기의 회복세를 강화하고 경제 전반이 활동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정 지출 확대와 저금리 기조 지속 등으로 누가 봐도 확고한 경기 전환점을 형성해야 한다"면서 "적극적인 소비 진작과 기업 투자 활성화 노력 등으로 서비스업의 수요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승관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연말까지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중국의 경기둔화와 신흥국 경기불안 등 우리 수출의 하방리스크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고 밝히면서 "무역업계의 원가절감, 경영합리화 등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경련 홍성일 재정금융팀장은 "10월 종합경기 전망치는 101.2로 7개월 만에 기준선 100을 상회해 긍정적 전망이 높아졌으나, 계절적으로 전망치가 높아지는 시기인 만큼 경기회복 신호로 보기에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향후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제 불안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며, 노사정 합의 이후 법안 처리, 후속 논의 등 노동개혁 추진으로 경기회복을 뒷받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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