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소비·투자·금융 '4단 감속 브레이크' 걸려
"최종재 비중 높이고 아시아 인프라로 눈돌려야"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중국의 수입·소비·투자·금융부문 경제에 '4단 감속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진단이 나왔다. 중국 경제가 예전의 호황을 누리기 어려워진 만큼 우리기업의 대중(對中) 사업방향도 인식전환이 시급하다는 주문이다.
14일 대한상공회의가 내놓은 '중국경제 신창타이시대, 우리기업의 대응전략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내년 수입증가율은 22.1%로 세계경제를 견인했던 2010년(14.9%) 대비 7.2%포인트 감소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소비증가율은 9.4%에서 7.7%로, 투자는 15.3%에서 4.7%로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전망됐다. 시진핑 주석의 말대로 중국이 신창타이 시대에 접어들게 된다는 얘기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경제가 중요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며 "신창타이에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신창타이는 중속성장, 구조개선, 산업고도화, 금융리스크 완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말을 빌리자면 중국에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다.
대한상의 보고서에서 지적한 첫번째 브레이크는 수입증가가 예년 만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기업들은 중국이 소재·부품사업을 육성, 중간재 수입을 중국산으로 대체하는 '차이나 인사이드'를 두려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중 중간재 수출 비중은 73%에 달한다.
실제로 2000년 64.4%에 이르던 중국의 중간재 수입비중은 2010년 들어 52.1%, 지난해 49.8%까지 떨어졌다. 국내 섬유업계 관계자는 "중국산의 기술력이 고도화되면서 중국산 소재·부품의 질적 향상이 두드러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와 중국 간 기술격차는 2012년 1.9년에서 지난해 1.4년으로 바짝 좁혀진 상태다.
보고서는 "그간 대한민국 수출의 성장비결이던 한중간 가공무역 공식이 깨지고 있다"며 "중간재 위주 수출구조를 소비재·자본재 등 최종재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한편 신흥시장을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증가율이 감소하는 것도 우리기업에 큰 위협이다. 중국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리고 도시화를 급진전시키는 방식으로 중산층을 키워내 소비중심 성장을 꾀하고 있지만 주요 소비재 성장률은 절반 이상으로 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4년간 자동차 판매증가율은 32.4%에서 6.8%로 급감했고 가전은 18%에서 3%, 의류는 24.8%에서 11.6%로 감소했다.
소비부진 상황에서 중국인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현지 맞춤형 상품을 내놓는 한편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예로 우리나라 전기밥솥 생산기업들은 중국에 없는 프리미엄 제품 공략을 통해 중국 시장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한국을 방문한 요우커들의 입소문을 활용하고 죽을 많이 해먹는 중국인들의 식습관을 고려한 맞춤형 밥통을 내놓으면서 중국 수출 규모를 2005년 422만 달러에서 10년 사이 1717만 달러로 키웠다.
대한상의 자문위원인 송의영 서강대 교수는 "중국경제 소프트랜딩의 성공은 투자에서 소비로의 부드러운 전환에 달려 있는 만큼 우리 기업도 소비재와 서비스 산업에서 혁신제품으로 승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난 5년 간 평균임금이 35% 가량 상승하면서 투자가 줄고 있는 것도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로 작용되고 있다. 국내기업만 하더라도 2000년대 중반까지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하기 위해 중국에 진출해왔지만 인건비 비중이 커지면서 '중국투자 엑소더스'까지 벌어지고 있다.
보고서는 "삼성, LG 등 주요기업들이 베트남과 인도, 인도네시아 등 포스트 차이나를 찾아 공장을 옮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8조 달러에 달하는 아시아 인프라 시장도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중국 금융시장에 대비해 금융리스크 관리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우리기업은 중국 진출 시 영업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주로 중국 대리상을 이용하는데 이는 결제방식의 60% 정도가 외상거래로 이뤄지는 만큼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언급된 중국현지 국내 시중은행 고위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국영기업이나 100% 담보가 보장된 기업을 제외하면 민영기업과의 신규거래는 지난해 초 이후 거의 없는 상태고 이는 중국은행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앞에서는 돈을 벌지만 뒤로는 밑지는 장사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도는 것도 이 같은 중국금융의 돈맥경화 현상 때문이다.
이에 대해 상의는 "거래처의 금융리스크 관리를 한층 강화하는 동시에 압도적 품질의 제품을 내놓아야 중국의 상거래 관습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 제과업체는 중국상인과의 모든 거래에서 외상을 받지 않는다. 물건을 지급함과 동시에 바로 대금을 지급받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중국상인들과 구축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네트워크 관리뿐 아니라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그 배경이란 분석이다.
전수봉 대한상의 본부장은 "중국은 제조업과 부동산 공급과잉 등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요인들이 많지만 일대일로 전략, 신형도시화 등 새로운 성장동력에 대한 기대도 크다"며 "중국이 만들어가는 국제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기 위해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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