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조5503억원, 전년보다 36.7% 늘어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박혜정 기자]전셋값 급등세에 전세자금 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 4년여간 실수요자들이 주택도시기금과 시중은행을 통해 받은 전세자금대출액이 32조원을 넘어섰다. 전셋값이 지속 상승하고 전세자금 대출 부담이 한결 가벼워지면서 대출 수요를 부채질한 것으로 풀이된다.
9일 국토교통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전세자금대출상품의 신규 취급 누계금액은 32조333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부 주도로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하는 근로자·서민 전세자금대출과 저소득가구 전세자금대출,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을 비롯해 국민·농협·신한·우리·KEB하나은행(하나·외환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실적을 더한 수치다.
연도별로 보면 2012년 8조1762억원이었던 전세자금대출액은 2013년 7조7163억원, 2014년 10조5503억원, 올 8월 말 5조8904억원으로 증가세다. 특히 저금리 기조로 전셋값 상승이 두드러졌던 지난해 대출액은 전년 대비 36.7%나 늘었다. 국민은행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전세가격 종합지수는 1년 전보다 3.83% 올랐다. 올해도 8월 말 기준, 지난해 말에 비해 3.78% 상승한 상태다.
이태리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전세자금대출은 주택시장과 연동돼 있어 전셋값 상승에 영향을 받는다"면서 "지난해 저금리 등으로 전셋값이 크게 뛴 결과 대출액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는 "전셋값이 폭등하고 있는 데다 저금리 심화로 주택담보대출의 마진율이 낮아진 가운데 각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마진이 높은 전세자금대출 영업에 적극 나선 것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주택도시기금과 시중은행으로 나눠보면 은행에서 이뤄진 전세자금대출액이 크게 뛰었다. 5개 은행의 전세자금대출액은 2012년 3조1601억원, 2013년 3조4241억원, 2014년 4조9885억원, 올 8월 말 3조3269억원으로 두 자릿수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누계)은 8월 말 기준 19조9860억원이나 된다.
주택도시기금을 통한 전세자금대출액은 2012년 5조161억원에서 2013년 4조2922억원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5조5618억원으로 증가했다. 올 1월 도입된 버팀목 대출액은 7월 말 기준 2조5635억원이었다. 버팀목 대출은 이원화된 근로자·서민 대출과 저소득가구 대출을 통합한 것으로, 무주택 부부 합산 연 소득 5000만원 이하를 대상으로 소득과 보증금 규모별로 금리를 연 2.5(우대시 1.5)~3.1%로 달리 매긴다. 정부가 저소득가구를 위해 지원하는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시중은행(3~4%)에 비해 낮은 대신 지원 대상이 한정돼있는 셈이다.
국토부 주택기금과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 대상이나 한도 등 혜택을 늘리면 저리로 대출받아 전셋값을 구하는 수요자가 늘고 결국 전셋값이 올라가는 악순환이 우려돼 고민이 많다"면서 "9·2대책에서 발표한 저소득 노인, 행복주택 입주 대학생을 위한 지원 확대 외에 추가적인 정책적 지원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