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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투자 채용 발표는 양날의 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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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투자 채용 발표는 양날의 칼이다 노종섭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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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투자ㆍ채용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통상 연초에 행해지는 것이지만 올해 들어서는 시도 때도 없다. 사실 기업으로서 투자ㆍ채용계획 발표는 양날의 칼이다. 회사나 우리 경제에 이익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다.


기업들의 철을 잊은 잇단 투자ㆍ채용발표는 내수부진과 수출 감소로 허덕이고 있는 우리 경제에 청량제가 되고 있다. 과감한 투자로 일자리 창출, 소득증대, 내수진작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경제가 심리라는 점에서 이 같은 움직임은 충분히 긍정적이다.

부정적인 면도 있다. 사실 기업으로서 중장기 투자ㆍ채용계획을 밝히는 것은 경쟁사들에게 회사의 전략을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는 것으로 상당히 위험한 선택이다.


삼성은 2010년부터 투자 및 채용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경우 반도체 한 라인 건설 등에 수조 원이 들어가는 업종 특성상 회사의 투자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기업들의 투자채용발표가 긍정적인 면과 위험성을 함께 안고 있는 점에 미뤄 최근의 투자ㆍ채용계획을 발표하는 기업들이 갖고 있는 나름의 공통점을 보면 씁쓸해진다. 약점을 안고 있는 기업들이 정부, 정치권의 보이지 않는 압력에 떠밀려 마지못해 전략을 공개하는 모양새다.


2020년까지 46조원 투자를 발표한 SK의 경우 위험을 무릅쓰고 최태원 회장의 사면 대가(?)로 회사의 중장기 전략을 경쟁사들에 그대로 노출한 경우다. SK하이닉스는 15조원이 들어가는 M14라인에 이어 앞으로 5년 동안 31조원을 들여 두 개 반도체 라인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발표, 특급 비밀인 중장기전략 패를 모두 공개했다. 생산품목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경쟁사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빌미를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LG디스플레이의 2018년까지 10조원 투자 계획도 라인 신증설이 주요 투자인 업종 특성상 마찬가지 맥락으로 읽힐 수 있다.


형제의 난을 겪은 롯데의 대규모 채용 발표는 총수의 국감증인채택을 막고 성난 국민들의 민심을 달래기 위한 대가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 역시 점포당 1000∼2000명의 일자리가 생기는 유통업의 특성상 출점 계획 등이 경쟁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대규모 채용계획을 밝힌 삼성, 현대차, 한화, 신세계 등도 재계 차원의 경제살리기 동참이라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공정위 조사, 세무조사 등에 대한 정부의 압박 결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쥐어짜는 듯한 투자채용발표에 남모를 속사정이 있다는 분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발표 시기도 그렇지만 최근의 투자 발표 특징은 과거 연간 단위 개념에서 3∼5년 등 중기 전략으로 달라졌다. 연간 단위보다 숫자를 최대한 높여 보여지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뭔가 노리는 꿍꿍이속이 있는 것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규제가 많고 힘의 논리, 여론의 눈치가 작용하다 보니 기업은 정치권이나 정부, 국민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 시도 때도 없는 최근의 투자ㆍ채용발표는 대 놓고 조정하지 않지만 뒤에서 압박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


기업들이 전략 노출 위험을 무릅 쓰고 투자ㆍ채용계획을 발표해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기대효과를 유발하는 것이 마땅한 것인지 경쟁사에 '패'를 보여줄 수 있는 투자전략을 기업 스스로 보호해야 할지 선택이 필요한 때다.


정부로서도 보이지 않는 손을 가동해 국민들에게 보여주기식 정책을 지속할지 과거의 관행에서 탈피해 기업의 중장기적 전략을 지켜주는 역할을 할지 고민해봐야 되지 않을까 싶다.


보여주기는 임기응변이고 기업의 근본 경쟁력은 차별화된 중장기 전략에서 나온다. 패를 보이고는 경쟁력을 갖추는 데 한계가 있다. 투자ㆍ채용계획 발표는 기업 스스로에게 맡기고 정부는 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기업 경쟁력 확보에 고춧가루 뿌리는 게 정부의 역할은 아니다.






노종섭 산업부장 njsub@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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