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김범석(쿠팡), 허민(위메프), 신현성(티몬)'.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주인공들이다.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은 한때 1000여개 업체가 난립했지만 사실상 이들 3인방이 평정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시장 제패. 3인방 간 우열을 가려야 한다. 이를 두고 위, 촉, 오 3국이 공존한 중국 삼국시대를 연상하는 이들이 많다. 승자독식의 법칙이 존재하는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이들 중 누가 과연 시장을 점령하며 천하통일의 대업을 달성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략적 사고·뛰어난 실행력 조조와 비슷
日소프트뱅크서 10억달러 투자 받고
오픈마켓 진출 선언, 아마존·이베이와 한판 승부
◆'위나라' 쿠팡 김범석, 아마존에 선전포고한 '조조' = 현재 3사 가운데 명실상부 선두업체로 부상한 쿠팡의 김범석 대표는 여러 면에서 위나라의 기틀을 세운 조조와 비교된다.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전략적인 행보, 뛰어난 실행력이 공통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쿠팡의 상품 직배송 서비스 '쿠팡맨'을 선보이며 소비자의 폭발적인 호응을 불러 일으켰고, 최근에는 오픈마켓 진출도 선언했다. 글로벌 유통공룡 아마존, 이베이와의 한판 승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조조는 권세가이자 고위환관인 조숭의 양아들로 어느 정도 기반이 있는 상황에서 출발했다. 또 20대의 젊은 나이에 여러 관직을 역임하며 인적 네트워크를 쌓으며 명성을 키워 왔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쿠팡의 창업자 김 대표는 미국에서 두 차례의 창업과 매각을 통해 얻은 자본과 경험을 기반으로 한국에서 소셜커머스 사업을 시작했다.
서비스 5년 만에 연간 거래액은 2조원을 돌파했고 2665만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지난 6월에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투자 유치에 성공해 경쟁사를 압도했다.
특히 초창기부터 오라클, GE, IBM,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유수기업 출신 인재들을 적극 받아들이며 조직 맨파워를 강화해왔다.
온갖 풍파 겪지만 정통성 가진 '유비스토리' 닮아
국내에 소셜커머스 처음 만든 '아이콘'
올해가 퀀텀점프의 원년…2020년 업계 1위 목표
◆'촉나라' 티몬 신현성, 국내 소셜커머스 선구자 '유비' = 티몬의 신현성 대표는 소셜커머스의 '아이콘'이자 가장 유명한 청년창업가로 통한다.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을 졸업한 신 대표는 이른바 '명문가 자제'였지만 국내에는 네트워크가 전무한 청년 재미교포였다.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김동현, 신성윤, 권기현, 이지호 등 또래 창업 멤버를 만나 회사를 유력 소셜커머스 기업으로 도약시켰다.
몰락한 황족의 후손으로서 누상촌에서 짚신이나 짜고 있었던 촉나라 건립자 유비가 관우, 장비와 의형제를 맺고 온갖 풍파를 다 겪은 끝에 황제로 등극한 스토리와 흡사하다. 특히 유비가 황족으로서 한나라를 계승하고 있다는 '정통론'을 앞세우고 있다는 점에서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셜커머스 사업을 시작해 한국의 '마크 저커버그'로 불리우는 신 대표와의 공통 분모가 존재한다. 또 겸손함을 갖춘 인간적 매력과 유연한 사고, 뛰어난 협상력 등이 공통점으로 꼽힌다.
리빙소셜과 그루폰으로 두 차례 주인이 바뀌며 많은 풍파를 겪었던 신 대표는 지난 4월 사모펀드와 함께 지분 59%를 인수해 경영권을 되찾았다. 그는 올해를 퀀텀점프(대약진) 할 수 있는 원년으로 삼고, 2020년 e커머스 시장 점유율 20∼30%를 차지한 선두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조조와 대등하게 싸웠던 손권처럼 飛上 꿈꿔
화려한 이력 자랑하지만 그사이 경영엔 소홀
최근 김정주 넥슨 회장에게 1000억 투자 받아
◆'오나라' 위메프 허민, 두번째 신화를 꿈꾸는 '손권' = 위메프의 창업주인 허민 원더홀딩스(위메프 지주사) 이사회 의장은 비운동권 최초의 서울대 총학생회장, '던전앤파이터'의 네오플 창업자, 총 1조원 규모로 알려진 청년재벌, 국내 최초의 독립구단 고양원더스 구단주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현재도 위메프 설립 이후 대표 자리를 내놓고 홀연히 미국으로 떠나 현재 미국 야구 독립리그인 캔암리그(Can-Am League)에서 투수로 활동하고 있다.
'살아있는 벤처신화'로 불리고 있지만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위메프에는 경쟁사들에게 점차 뒤쳐지게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허 의장의 재력을 배경 삼아 많은 자금여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마케팅 싸움에서 한 발 물러서며 결국 외형적 성장 측면에서 부정적인 결과를 낳게 됐다는 지적이다.
최근 허 의장은 자신의 멘토이자 첫 엑시트(투자금 회수) 파트너였던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회장으로부터 1000억원의 첫 외부 투자 유치를 성사시켰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단순한 투자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IT벤처 1세대이자 '빅5' 중 한 명이며, 인수합병(M&A)의 귀재인 김 회장과 그를 멘토로 삼고 있는 허 의장이 손을 잡았다는 의미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허 의장이 제2의 벤처신화를 이루기 위해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흘러나온다. 손권에 이르러 위나라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 정도로 번창했던 오나라처럼 허 의장의 경영 일선 복귀로 위메프가 다시 비상의 나래를 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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