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42억 유증 성공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메리츠 직원들은 다 미쳐있어요."
지난달 2일 유상증자 계획 발표 직후 가진 기업설명회(IR)에서 메리츠종금증권을 향해 쏟아진 촌평이다. 이날 IR에 참석한 한 애널리스트는 "업계 불황 속 유상증자라는 승부수를 던진 메리츠종금증권의 자신감이 엿보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규모는 작지만 조직은 강한 증권사라는 업계 평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자기자본 1조2024억원으로 업계 10위다. 하지만 순이익을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올해 반기기준 1584억원의 깜짝 실적을 내면서 자기자본 3~4배인 KDB대우증권(2293억원), 한국투자증권(2182억원), 삼성증권(2078억원), NH투자증권(1617억원)의 뒤를 바짝 쫓았다. 증시 불황기였던 지난해부터 분기 기준으로 실적 성장세가 한 번도 꺾이지 않았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지난해 순이익은 1447억원, 세후 자기자본이익률(ROE)는 16.2%였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을 기준으로 한 연환산 세후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7.8%로 지난해 보다 자본효율성이 개선됐다. 이는 업계 평균치(3%)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요즘 여의도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최근 증시 부진 속에서도 4142억원대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청약률(109.54%)이 100%를 넘으며 실권주 발생 우려도 깨끗이 씻어냈다. 이번 증자 성공으로 메리츠종금증권은 자기자본 규모를 1조6000억원대로 늘렸다.
증자 성공에는 오너이자 한진가(家) 4남인 조정호 메리츠종금지주 회장과 그의 맏딸 조효재씨가 사재를 털어 힘을 보탰다. 조 회장과 효재씨는 이번 증자에 배정된 약 50억원(141만736주)과 약 2억4700만원(7만341주)을 전량 청약했다.
이번 증자의 가장 큰 목적은 종금 라이선스 만료 이후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대형IB)로의 진입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20년까지 기업에 대한 신용공여와 전담중개업무 등 종합적인 기업금융 업무를 할 수 있는 대형 IB 자격요건(자기자본 3조원)을 맞춰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런 중장기 목표에 따라 아이엠투자증권을 인수했고, 이번 유상증자까지 순차적으로 진행해 왔다. 여기에 매년 수천억원씩 쌓이는 이익을 더하면 대형 IB 진입을 위한 자기자본 요건을 기한 내에 맞출 수 있다고 메리츠종금증권은 자신하고 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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