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민 기자] 프로야구의 여름나기는 쉽지 않다. 유니폼과 장비를 갖추고 무더위 속에 뛰어드는 직업이다. 경기 시간은 세 시간이 넘는다. 선수들은 그나마 초-말로 공수가 나뉘어 벤치에서 땀을 식히고 숨을 돌릴 수 있다. 그러나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동안, 잠시도 쉬지 못하고 그라운드를 지켜야 하는 심판들에게 삼복은 고난의 계절이다.
kt와 LG가 잠실야구장에서 경기를 한 26일 최고기온은 31℃나 됐다. 구심을 맡은 윤상원(39) 심판은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닦아내기 바빴다. 구심은 투수가 공을 던질 때마다 정확히 판정하기 위해 한 경기에 약 300번 정도 허리를 굽혔다 편다. 옷 안에 5㎏나 되는 보호대를 착용하고 세 시간 넘게 서서 정신을 집중한다. 경기가 끝나면 몸은 녹초가 되고, 공에 맞아 여기저기 멍투성이가 되기 일쑤다.
윤 심판은 "무더운 날씨 속에 경기를 치르다 보면 선수 못지않게 육체적으로 힘들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려 눈 주위가 떨리는 탈수 증세가 나타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물에 타먹는 마그네슘을 챙겨먹는다. 전에는 화장실에 가고 싶을까봐 물도 마음껏 못 마셨는데, 지금은 그냥 마신다"고 했다.
구단의 지원을 받는 선수들과 달리 심판들은 몸 관리를 ‘알아서’ 한다. 윤 심판은 "선수들처럼 값비싼 보약을 먹지는 못하지만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식사할 때 고기를 빠뜨리지 않고 눈에 좋은 영양제와 비타민을 챙겨먹기도 한다"고 했다. 심판들은 틈날 때마다 달리기와 등산, 사우나 등으로 체력관리를 한다.
심판들이 견디기 어려운 고통은 따로 있다. 심적 부담이다. 찰나의 순간, 애매한 상황에 올바른 판정을 내려야 한다. 명백하게 편이 나뉜 스포츠에서 심판은 어떤 판정을 내려도 어느 편에게는 미움을 받게 마련이다.
나광남(47) 심판 팀장은 "심판 이름이 뉴스에 안 나오는 게 제일 좋다. 누가 심판을 봤는지 모르게 그냥 지나가기를 바란다. 칭찬은 바라지도 않는다"고 했다.
김현민 기자 kimhyun8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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