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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개혁, 안하나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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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긴급진단<下>정치권에 달린 국민연금 거버넌스 개혁

국민연금 긴급진단<下>정치권에 달린 국민연금 거버넌스 개혁
국감 때마다 동네북…정권 눈치 보느라 결정도 못해
내년 총선 전까지 진전 없을 땐, 또 다음 정권으로
기금운용본부 독립성·전문성 강화에는 여야 모두 공감
공사 설립 등 각론서 이견…사실상 마지막 기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개혁, 안하나 못하나 국회 계류 중인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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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국민연금공단은 매년 국회 국정감사 때마다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한다. 직접 연관 있는 소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와 기획재정위 외에도 여러 의원실에 불려 다니기 일쑤다. 부처에도 자주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 감사원의 감사도 받아야 한다.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 시어머니가 많다 보니 사소한 의사결정 하나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국민연금 거버넌스 개혁이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번번이 실패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17대 국회부터 시도했던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혁은 18대를 넘어 19대에서도 회기 첫해 논의의 첫 단추를 끼웠지만 임기 절반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지난 연말 기획재정부는 2015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국민연금 기금운용 체계 개편을 주요 정책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 협의와 전문가 의견 수렴 후 올해 3월께 지배구조 개편 정부안을 마련하고 4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개혁이 우선순위에 오르면서 여야 정쟁 속에 국회가 공전을 거듭한 데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터지면서 국민연금 이슈는 뒤로 밀리게 됐다. 두 차례 미뤄졌던 보건사회연구원의 지난 21일 공청회를 계기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독립 논의는 다시 불붙은 분위기다.


'수익성 대 안정성' 시각차로 벌어져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독립은 '원칙'에 대한 결단이 필요한 문제다. 이해 당사자의 목소리가 극과 극인 것만 봐도 그렇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기금을 운용하는 전문적인 기구가 필요하다"며 "필요하다면 현재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험료를 거두고 연금을 지급하는 등 국민연금 제도를 운영하는 것과 적립 기금을 투자하는 것은 성격상 전혀 다르다는 게 문 장관의 견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되려면 국민연금 운영 체계를 개혁해야 하며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하는 것을 관계 부처와 검토하겠다. 한 덩어리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점에서 기금을 갈라서 운영해 경쟁 체제를 갖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기금운용본부 독립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최광 국민연금 이사장을 비롯한 국민연금 노조와 시민단체는 독립에 반대다. 지난 21일 열린 공청회에도 국민연금 노조는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추진을 철회하라"며 집단 시위를 벌였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국민연금지부는 "공사를 설립해 수익률이 높아진다는 실증적인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만약 공사를 만든다면 어느 부처 산하에 둘 지도 조율해야 할 선행 과제다. 현재로서는 보건복지부 아래 두는 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보다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직속이나 기획재정부 밑에 둘 가능성도 막판까지 배제할 수 없다.


어찌 됐든 이번 국민연금 거버넌스 개혁의 최종 종착지는 국회다.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안과 여야 의원이 각각 발의한 의원안 등 법안은 결국 병행 심사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도 여야 간 의견이 엇갈리는 건 마찬가지다. 가장 먼저 입법에 나선 이는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다. 김 의원은 2012년 7월 기금운용본부를 별도의 공사 형태로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후 두 차례 소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에 상정됐으나 법안심사소위에 3년 이상 계류돼 있다.


야당에서는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같은 해 11월 발의한 동일명의 법안이 묶여 있다. 2013년 4월 임시국회에서 한 차례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 상정됐으나 이후에는 전혀 논의를 하지 못했다.


김성주 의원 안은 독립보다는 기금운용을 담당하는 부이사장과 상임이사 2명을 별도로 선임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확대 개편하자는 내용이다. 야당 측에서는 평소 국민연금 이슈에 관심이 많은 최동익 의원이 연내 추가로 관련 법안을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의원 상당수는 기금운용본부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에는 의견을 함께 하지만 공사 설립 등 각론에서는 여당과 이견을 보이는 상황이다.


국민연금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 독립 문제는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며 "내년 4월 총선 전 매듭짓지 못하면 차기 정권으로 또 넘어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사이 기금 자산은 500조원에서 수백조원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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