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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 뗀 '태완이법', 피해자 한 풀까…일각에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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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법적안정성 고려 해야" VS"시간 지나도 증거 확보되는 사건 있어"

첫발 뗀 '태완이법', 피해자 한 풀까…일각에선 우려 사진=YTN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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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나는 용서를 안했는데 왜 법이 먼저 용서를…." 법은 '영구미제'로 남은 살인 범죄 피해자 유족의 물음에 답할까. '살인의 대가는 시효 없이 끝까지 치르게 하자'는 법이 첫 발을 디뎠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는 보다 신중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살인죄의 공소시효(25년)를 폐지하는 법안(일명 태완이법)이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형법상 사형으로 처벌하도록 규정된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것이 골자다. 이 안은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법무부가 발의한 내용을 합친 것이다.


살인죄의 공소시효 폐지 논의가 본격화한 것은 태완이 사건 때문이다. 지난 1999년 5월 대구에서 발생한 황산테러로 6살이던 김태완군이 숨졌다. 태완군 부모는 아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용의자를 고소했지만 '증거부족'으로 수사는 미궁에 빠졌다. 용의자는 불기소 처분됐고 살인죄 공소시효 15년(개정 전)이 흘렀다. 태완군의 부모는 지난해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재정신청을 법원과 대법원에 냈으나 기각됐다. '영구미제'로 남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제2의 태완이 사건을 만들지 말자"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태완이법'이 통과된다 해도 소급 적용되는 규정은 없기에 태완이 사건을 재수사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사건에서는 끝까지 범죄를 단죄할 수 있도록 하자는 뜻에서다.


법안소위 통과로 물꼬가 트인 '태완이법'은 힘을 얻는 분위기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21일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전면 폐지하는 법안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의 입법례도 이 법안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미국 연방법은 법정형이 사형인 범죄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다. 독일도 계획살인을 한 자에 대해 끝까지 그 대가를 치르게 한다. 영국은 중범죄엔 공소시효가 없다. 일본은 2010년에 사람이 사망한 경우 이를 초래한 범죄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공소시효를 폐지하거나 연장토록 했다.


다만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법적 안정성'을 들어 '태완이법'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범죄 이후 공소가 제기되지 않은 상태로 시간이 많이 흘렀을 경우 사실관계 규명이 어려워 부당한 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는 이유다. 또 신중론을 펴는 측은 살인죄 공소시효(25년간) 동안 행위자가 수사당국을 피했다면 그 고통이 이미 형사처벌의 효과가 있다고 본다. 수사당국이 살인죄에 대해 끊임없이 추적해야하는 부담감도 지적한다.


황태정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공소시효에 대해 어디에 적정선을 그을 것인가 하는 문제"라면서 "2012년 성범죄 살인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이외에 살인죄에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것은 공소시효의 원래 취지 자체를 잃게 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반면 학계ㆍ법조계에서 이를 지지하는 의견도 상당수다. 윤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논문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제도의 개선방안'을 통해 "시간이 경과해도 사회적 영향이 미약해지지 않는 사건이 존재하고, 시간이 경과한 뒤에 확실한 증거가 확보되는 사건도 존재한다"면서 살인 등 흉악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를 현행 형사소송법의 대안이라고 봤다.


또 "형사 재판의 원칙에 따른 엄격한 절차와 증거평가가 이루어지는 한 오랜 시간이 경과한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곧바로 피고인이 부당한 유죄판결을 받을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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