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을 둘러싼 찬반 표 대결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합병안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막대한 이익을 취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비영리 재단 자유경제원 최승노 부원장은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긴급 좌담회를 열고 "엘리엇은 (합병안 통과여부와 관계없이) 어떤 경우에도 큰 이익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원장은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중 4.1%를 보유하고 있어 삼성물산의 경영권은 곧 삼성전자의 지배를 의미한다"며 "엘리엇이 경영권 공격에 성공할 경우 (합병안 통과 이후) 삼성전자의 경영권까지 노릴 수 있고, 합병이 무산되더라도 합병비율 재산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삼성물산)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삼성물산이 합병 무산시 재추진은 없다고 못을 박았지만 시장은 재추진 기대감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엘리엇은 정치ㆍ사법 수단까지 동원해 기업을 압박하는 투기자본"이라며 "표면적으로는 주주가치를 내세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했지만, 속셈은 경영권을 위협하는 단기투자를 통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삼성-엘리엇 사태를 통해 국내 기업 경영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좌담에 참여한 김선정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앞으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와 ISS(국제 의결권자문회사)를 들먹이는 해외 투기자본의 상륙이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외 투기자본을 막기 위해서는 주주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감성적 대응이 아니라 제도적, 법적 장치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 기업은 국민의 '반(反)기업 정서'와 '맹목적 기업 비판'이 투기자본의 응원군 역할을 하고 있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차등의결권' 제도와 '포이즌 필(Poison pill, 기존 주주에게 회사의 신주나 자기주식을 저렴하게 매수할 권리 부여)' 등 도입이 거론됐다. 다만 차등의결권이 순환출자와 동시에 허용될 경우 지배주주가 적은 지분으로 지나치게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가 있는 만큼, 비상장 기업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거나 상장기업의 경우 장기투자자에게만 자동으로 부여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라는 분석이다. 포이즌 필 역시 '주주평등의 원칙' 위배 우려가 있어 경영권 방어에만 적법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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