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취임 1주년..취임 초기 당청 불안 우려
특유의 리더십이 난관 돌파 원동력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사퇴권고 수용을 결심한 지난 8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표정에는 착잡함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 발표를 지켜본 직후 이군현 사무총장, 김학용 비서실장과 가진 늦은 점심자리에서도 아무 말이 없었다. 조용히 수저만 떠넘겼다.
국정운영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당 투톱의 한 축인 원내대표를 물러나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에 '자괴감'과 '리더의 숙명'이라는 생각이 수없이 교차했을 것이다.
오는 14일 김 대표 취임 1주년 맞는 새누리당 분위기는 차분하다. 국회법 개정안으로 촉발된 원내대표 사퇴라는 이슈만 없었다면 진작에 당직인사를 실시해 '김 대표 2기체제'로 돌입했겠지만 당청, 당내 갈등 봉합이라는 난제를 풀기 위해 분주히 움직여야 하는 게 현실이다. 임기 반환점을 자축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김 대표 체제는 출범 초기 불안정했다. 비박(비박근혜)계 여당 지도부가 탄생하면서 국정의 두축인 당청관계가 우려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취임 일성으로 "국정 동반자로서 할 말은 하는 집권 여당을 만들겠다"며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당청의 불안한 관계는 일부 현실화됐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과 수시로 만나는 게 당연하지만 박 대통령과의 독대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김 대표는 올 초 신년기자회견에서 "당청간에 간극이 있는 것처럼 알려지기도 하고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며 사실상 이를 시인했다. 또 당내 일부 의원들이 지난해 말 김 대표의 인선에 불만을 드러내 계파갈등을 유발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여러 돌출악재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을 헤쳐 올 수 있었던 것은 뚝심으로 대표되는 그만의 '리더십' 덕분이다. '무대(무성대장) 리더십'이라는 특유의 보스 기질이 집권여당을 무리 없이 끌고 온 원동력이 됐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무조건 강요하는 방식은 아니다.
때로는 낮은 자세를, 아니면 여린 면을 보이기도 했다. 새줌마(새누리 아줌마) 콘셉트로 지난해 7ㆍ30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올해 4ㆍ29 보궐선거에서 잇달아 압승을 거뒀으며 세월호특별법을 타결하고 박근혜 정부의 최대 성과로 여겨지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도 합의처리할 수 있었다.
특히 보궐선거 연승으로 "박 대통령이 김 대표에게 빚을 단단히 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리더십이 불안한 당청관계를 벌충한 셈이다. 이번 원내대표 사퇴를 놓고도 김 대표가 갈팡질팡했다는 지적이 있지만 당 일각에서는 "당 대표로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적지 않다.
임기의 절반을 소화한 김 대표의 과제는 내년 총선 승리다. 이미 본인의 모든 관심은 20대 총선에 쏠려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모든 후보를 오픈 프라이머리(자유경선)로 선출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야당과 당내 일부가 여전히 반발하는 만큼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당청관계 회복과 당내 갈등 봉합을 바탕으로 총선 행보를 어떻게 이어갈지가 김 대표의 나머지 1년 행보의 관전 포인트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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