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순해지는거 아냐…진짜 주당은 섭섭했다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2015년 5월21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먹자골목.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자 직장인들이 하루의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자 먹자골목으로 쏟아졌다. 기자 역시 술한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풀고자 지인과 만나 먹자골목 OOO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한잔해"라며 술잔을 부딪히는 소리도 귓가에 들어왔다. 그런데 왠 걸. 이 사람들 참이슬도 처음처럼도 그렇다고 소맥(소주+맥주)도 아닌 알코올 도수 25도의 '진로 골드'를 마시는게 아닌가. 요즘 같은 저도주 트렌드에 독주라니, 보기 쉽지 않은 광경이었다. 저도주의 인기 속에서도 여전한 생명력을 유지하며 애주가들을 흥겹게 하는 모습에 기자도 오늘은 진로 골드다. "사장님∼ 여기 진로 골드 한 병이요"
저도주 열풍이 거세졌지만 도수가 높은 원조 소주의 인기도 여전하다. 소주 본연의 쓴맛을 찾는 마니아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알코올 도수 13.5∼15도짜리 소주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20도 이상의 소주 판매량은 꾸준하다.
알코올 도수 25도의 진로 골드와 20.1도의 참이슬 클래식은 하이트진로 소주 판매량의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70∼1980년대 빨간 두꺼비 진로를 연상시키는 진로 골드의 경우 1998년 참이슬이 출시되면서 애주가들의 기억속에서 사라졌지만, 1993년 진로 골드로 출시되며 사랑받고 있다.
가격이 참이슬(961.7원 출고가)에 비해 진로 골드(1045.87원)가 조금 비싸지만 원조 소주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다.
롯데주류의 처음처럼도 순한, 부드러운, 진한 등으로 리뉴얼되면서 저도주인 순한과 부드러운이 전체 판매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애주가들은 아직도 알코올 도수 21도의 진한을 즐긴다. 진한은 처음처럼 전체 판매량의 5%에 달한다.
최근 하이트진로의 프리미엄 증류식소주인 일품진로가 성장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올해 1∼4월 일품진로는 17만병이 판매돼 전년 동기(6만5000병) 보다 162% 성장했다.
일품진로의 인기는 2013년 7월 제품 리뉴얼을 기점으로 뚜렷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해마다 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품진로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로 리뉴얼하면서 프리미엄 소주로의 차별화를 위해 오히려 알코올 도수를 23도에서 25도로 높이고 목통숙성의 맛과 향을 최적화해 소주다운 소주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만족감을 높인 것이 인기를 얻고 있는 주요한 원인으로 관측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저도주 열풍이 전국적으로 불면서 주류업계가 이에 편승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원조 소주를 찾는 고객들이 많다"며 "대한민국 대표 주류회사로서 새로운 제품에 수용성이 높은 젊은 층 뿐만 아니라 소주 본연의 맛에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을 대상으로도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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