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대출 담보로 MBS 발행…채권시장 불안요소 상존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강모 차장은 아내가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한 건 알았지만 이달부터 원금상환이 이뤄지는 것은 몰랐다. 그는 "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해서 그런 줄만 알았는데 주택담보증권(MBS) 등 구조가 복잡하더라. 원금상환을 해야 한다는 것도 얼마 전에 알았다"고 전했다.
정부가 가계대출 구조를 바꿔보겠다며 야심차게 내놓은 안심대출이 1ㆍ2차에 걸쳐 32조원 규모로 실행됐으나 구체적인 전환 구조에 대해서는 복잡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은행과만 거래하던 기존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 등 제3자가 개입하며 다소 구조가 복잡해진 탓이다. 대출금리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인이 가입한 상품이 어떻게 구성됐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가 안심대출 카드를 검토하기 시작한 건 4년 전인 2011년이다. 가계부채는 1000조원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지만 정부는 경제성장에 따라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봤다. 정부가 우려한 건 다른 데 있었다. 가계대출의 형태를 보면 변동금리ㆍ일시상환 대출 비중이 높아 향후 금리상승 시 가계충격이 상당하리라는 전망이었다. 이에 정부는 기존의 변동금리ㆍ일시상환 대출을 장기ㆍ고정금리ㆍ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안심대출-을 마련한다.
'안심전환대출'이란 이름은 금융위원회 내부 공모를 통해 나왔다. 한 금융위 공무원의 만삭 아내가 "안심(安心)이란 표현이 좋다"고 해 최종 선정에 영향을 줬다는 후문이다.
방식은 신청자가 기존 대출은행에서 신규대출을 받아 기존대출을 상환하는 식이다. 기존대출이 변동금리 대출이고, 신규대출이 고정금리 안심대출이다. 정부가 1ㆍ2차에 걸쳐 내놓은 안심대출은 33조9000억원, 34만5000건이 접수됐다. 이 중 실제로 대출이 실행된 규모는 31조7000억원, 32만7000건이다. 실행되지 않은 2조2000억원, 1만8000건은 신청자의 자진 의사 철회, 자격요건 미비 확인 등에 따른 것이다.
우선 대출자는 기존대출 대신 안심대출을 받는 것으로 역할이 끝난다. 다음은 대출은행과 주금공의 역할이다. 대출은행은 기존대출을 내주고 받은 신규대출을 주금공에 매각해 양도대금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주금공으로부터 0.1%포인트 가량의 수수료를 받는다. 주금공은 대출은행에게 내준 양도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안심대출을 자산 삼아 MBS를 발행한다.
MBS는 금융회사가 주택을 담보로 만기 20년 또는 30년짜리 장기대출을 해준 주택 저당채권을 대상자산으로 발행한 증권으로 자산담보부증권(ABS)의 일종이다. '주택저당채권 담보부증권'이라고도 한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주택저당채권을 주금공 같은 유동화중개회사(SPC)에 팔고, SPC는 이를 담보로 MBS를 발행한다. 굳이 이렇게 MBS 발행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장기간에 걸쳐 들어올 자금을 한 번에 목돈으로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들은 주금공에게 받은 목돈을 다시 대출재원으로 사용해 예대마진 수익 확보에 나선다.
안심대출 프로그램에선 대출은행이 전환 규모에 비례해 MBS를 매입, 1년간 의무 보유토록 했다. 의무매입이 없으면 대출은행이 안심대출을 주금공에 매도한 돈으로 다시 대출에 나서 가계대출이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구조개선을 통한 안정화를 꾀하려는 정부로서는 막아야 하는 시나리오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계획에 없던 32조원 가량의 MBS 물량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MBS를 사들이는 주체는 은행이나 보험 등 장기투자를 하는 기관들이다. 구매량은 정해져 있는데 MBS 공급량이 대폭 늘어났으니 MBS가 속한 채권시장 가격이 전체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불러왔다. 채권가격과 금리는 반비례하기 마련. 최근 채권금리 상승을 두고 안심대출 MBS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안심대출은 분명 신청한 이들에겐 이득이다. 다만 생각보다 적은 서민층 신청 비중에 일부에선 '고소득자에게 혜택이 돌아갔다'며 비판도 하고 있다. 정부는 이용자들의 전체 평균소득은 4000만원 수준이며, 가계대출 구조개선에 기여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올초부터 논란이었던 안심대출이 이달부터 원금상환을 시작한다. 시장 정착 여부와 채권시장 변동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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