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올해 국내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 분야 사업에서 죽을 쑤고 있다. 벌써 5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세계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수주 실적은 단 한 건도 없다. 유가 하락 영향으로 글로벌 석유회사들이 해양플랜트 사업을 중단하거나 보류한 영향이 크다. 조선업계는 최근 국제유가가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기대감을 나타내는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까지 국내 조선사들이 세계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수주 실적은 제로(0)다. '조선 빅3'로 불리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유조선, 컨테이너선, LNG선 등에선 10~20건을 수주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해양플랜트는 한 기당 가격이 일반 선박의 수배에 달해 조선사들에 있어 플랜트 사업 비중은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2013년 세계 조선시장에서 우리나라가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해양플랜트 발주 물량을 70~80%나 수주한 덕이다.
국내 조선사들이 이처럼 사업 비중이 높은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단 한건의 계약도 성사시키지 못한 것은 '저(低)유가'의 영향이 가장 크다. 지난해 11월부터 국제유가 하락이 본격화한 이후 오일 메이저들이 해양플랜트 발주를 중단하거나 보류했기 때문이다. 오일메이저들이 대형유전을 시추할 때 수익성 기준으로 삼는 유가는 1배럴당 60~70달러 선이다. 소형유전까지 개발하려면 1배럴당 100달러 이상은 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저유가로 인해 심해 유전에 대한 개발 욕구가 줄어들면서 해양플랜트 투자도 덩달아 위축된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저유가 기조가 계속됨에 따라 오일메이저들이 투자 계획을 취소하거나 보류하는 경우가 많아 발주 자체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조선업계는 최근 유가가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있다. 지난 3월까지 끝없이 가라앉던 국제유가는 어느새 배럴당 60달러 수준까지 올라왔다. 전문가들 또한 유가 상승에 따른 해양플랜트 발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원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유가가 하반기에 배럴당 60~70달러 수준까지 회복될 것"이라며 "올 하반기에는 해양플랜트 등 한동안 발주가 없었던 해양 부문에서 국내 조선사의 수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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