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이달 18일까지 금호산업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금호산업 지분을 위한 수의계약을 결정하면 박 회장과 채권단간 매각가를 놓고 본격적인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산업은행은 금호산업 지분 57.1% 매각을 위해 박 회장과 개별 협상하는 안을 52개 금호산업 채권단에 8~11일 전달한다.
채권단 중 75%(지분비율) 이상이 18일까지 찬성 의사를 표하면 채권단은 6월 중 삼일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을 통해 매각가를 산출한다.
채권단과 박 회장과의 협상은 7월부터 시작된다. 협상은 산업은행과 재무적 투자자(FI) 대표인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 나선다.
협상의 쟁점은 매각가다. 양측의 출발점이 다르다.
채권단은 못해도 1조원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지분 매각 본입찰에 호반건설이 6007억원을 제시하면서 수의계약을 결정했다. 금호산업에 대한 투자금 3조원에 턱없이 모자란 액수로 입찰한 결과다.
특히 채권단내 재무적 투자자들은 금호산업이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참여했다가 금호그룹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막대한 손해를 입은 것에 대한 만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박 회장은 호반건설이 제시했던 입찰가를 시작점으로 본다. 주당 3만907원으로 지분 50%+1을 환산하면 5300억원이 산출된다. 채권단과 시작점의 차이가 50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업계 관측은 갈린다. 채권단 측 협상 주체인 미래에셋의 박현주 회장이 박 회장과 광주일고 동창이며 대우건설 인수 시에도 백기사 역할을 했던 만큼 양측 간 원활한 협상을 기대하는 전망이 제기된다.
반면 두 회장 간의 개인적 인연이 어떻던, 52개 채권단의 투자에 따른 회수금이 걸려 있는 만큼 긴장감 도는 협상테이블이 마련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박 회장과의 개별 협상이 결렬된다면 채권단은 매각가를 결의해 박 회장에게 제시한다. 박 회장이 이를 거부하면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은 한시적으로 사라진다. 채권단은 같은 가격에 인수할 다른 매수자를 찾는다. 하지만 6개월 뒤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채권단은 재입찰(박 회장 우선 매수권 부활)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이 유가 하락에 따라 올 1분기에도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 등을 고려해 금호산업(아시아나 최대주주)의 가치를 높여 2~3년 뒤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박 회장 입장에서는 이 기간 채권단의 경영 간섭이 '눈엣가시'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박 회장이 지분 인수를 위한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만큼 양측 간 합의에 따라 매각시점이 뒤로 밀릴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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