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금품' 첫 증언 나왔던 자 vs '현직총리 수사' 부담 없어진 자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박준용 기자] 검찰의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이완구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 중 누가 '소환 1호'의 주인공이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22일 새벽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최측근인 박준호 전 상무를 '증거인멸' 혐의로 전격 체포했다. 전날 정오께부터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면서다.
박 전 상무는 경남기업 지하 주차장 CCTV 등을 끈 채 자료를 빼돌리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의 박 전 상무 체포는 핵심인물에 대한 신병확보 차원이라는 해석도 있다.
2008년 삼성의 비자금 조성 및 불법 경영권 승계,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을 수사하던 특검팀의 수사 과정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조직적인 증거자료 파기·훼손 행위가 속출하자 특검팀은 압수수색 당시 비자금 의혹 관련 자료를 삭제한 삼성화재 임직원 2명을 사건의 첫 피의자로 입건하고 긴급체포한 바 있다.
검찰이 사건의 의혹을 풀어줄 '키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이 총리와 홍 지사를 둘러싼 금품수수 의혹 규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는 27일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이후 이 총리 사의를 수리할 계획이다. 이 총리는 퇴임 이후 '전직 총리'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홍 지사는 1억원의 금품을 전달했다는 윤모씨 증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검찰 소환 1호로 유력하게 떠올랐다. 하지만 이 총리가 2013년 4월4일 '비타 500' 박스로 현금 3000만원을 받았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나오면서 검찰 소환 우선순위가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검찰이 현직 총리 소환이라는 부담을 던 것은 사실이지만, 혐의 입증은 별개의 문제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분석이다. 성 전 회장이 이미 숨진 관계로 법정 증언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변수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비타 500박스로 현금을 전달했다는 성 전 회장 증언은 증거가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혐의 입증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돈이 전달될 때 동석했던 인물의 구체적 증언 등이 뒷받침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홍 지사를 둘러싼 의혹은 돈을 전달했다는 윤씨의 주장이 바뀌지 않는다면 혐의 입증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예정된 수사시간표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은 수사 논리대로 차분히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며 "(수사의) 첫 칸을 채워야 다음 칸과 그 다음 칸을 구체적으로 채워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진태 검찰총장은 "국민적 의혹이 매우 크고 사회적 파장도 상당한 상황이니만큼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면서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해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밝히도록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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