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표시했다면 다른 지역 수삼 섞은 뒤 제품에 '가공한 지역명' 사용 가능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강화인삼협동조합이 국내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수삼을 섞어서 ‘봉밀강화홍삼절편’을 만들었다고 해도 원산지표시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김창석)는 ‘농수산물의원산지표시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화인삼협동조합과 조합장 황모씨에게 각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받아들이지 않고 무죄 취지로 서울북부지법 합의부에 환송한다고 19일 밝혔다.
강화인삼협동조합은 인천 강화군에서 수확한 수삼만으로는 ‘봉밀강화홍삼절편’을 만들 수 없게 되자 기타 국내 지역에서 수확한 수삼 등을 50% 이상 혼입한 다음 제품을 생산한 혐의를 받았다.
강화인삼협동조합은 제품명은 ‘봉밀강화홍삼절편’, 판매자는 ‘강화인삼농협’, 박스 상단에는 ‘대한민국 특산품’이라고 기재했다. 인터넷 광고 등을 통해 강화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해양성 기후라는 점을 강조하며 6년근 홍삼의 본고장으로 명성이 나게 됐다는 점을 홍보했다.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강화인삼협동조합이 강화군에서 직접 가공한 홍삼을 재료로 해 제조했다는 점과 제품 자체에 원산지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별다른 표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원산지 표시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농산물의 경우 일반 소비자들은 가공지와 원산지를 같은 것으로 인식하기 쉽다”면서 “인터넷 광고 등을 통해 강화가 홍삼 원료인 인삼의 본고장이라고 소개한 것은 일반 수요자로 하여금 원재료인 인삼이 전부 강화에서 생산된 것처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재판부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홍삼절편과 같은 농산물 가공품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조·가공한 지역의 명칭을 제품명에 사용하는 것도 법령상 허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홍삼의 원산지를 ‘국산’이라고 적법하게 표시한 이상, 제품명과 판매자명에 ‘강화’라는 명칭을 사용했다고 해 이를 원산지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를 하는 행위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