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3일 출국했는데 누가…실세 8명 수사로 이어질까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바지 주머니에서 발견됐다는 종이쪽지 한 장이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놨다. 이 종이에는 10일 오전 경향신문이 보도한 김기춘ㆍ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포함해 유정복 인천시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등 정치인 8명의 이름과 액수가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 8명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일 검찰이 성 전 회장 변사체를 검시하는 중 바지 주머니에서 발견했다고 밝힌 메모지에는 모두 8명의 이름이 적혀있다고 한다.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7억, 그 옆에 유정복 인천시장 이름과 3억이라고 적혀 있다고 알려졌다. 또 홍문종 2억, 홍준표 1억, 부산시장 2억이라고 돼 있다. 김 전 실장 옆에는 10만달러라는 금액과 2006년 9월26일이라는 날짜까지 적혀 있다고 전해졌다. 이병기 현 비서실장과 이완구 국무총리 이름도 적혀 있지만 금액과 날짜는 표시되지 않았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경우 이름과 금액, 정확한 날짜까지 적혀있다는 것이다. 김 전 실장과 허 전 실장에 해당되는 금액 기재 부분은 성 전 회장이 사망하기 전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말한 금액과 일치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날짜에는 의문부호가 달린다. 알려진 대로 2006년 9월 26일이라고 적혀 있다면 그날은 김 전 실장이 국내에 없던 때다. 그해 9월 23일 당시 박근혜 의원과 함께 벨기에, 독일 등을 방문하기 위해 출국한 것이다. 공개된 녹취록에서 나오는 것처럼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날짜를 혼동했을 수도 있고 다른 이를 통해 전달했을 수도 있다.
녹취록에서 의문이 남는 점은 또 있다. "김기춘 실장이 대한민국에서 제일 깨끗한 사람으로 돼 있잖아요. 그 양반도 2006년 9월에 벨기에 독일 갔잖아요 VIP 모시고 그때 제가 갈 때 이 양반 그때 야인으로 놀고 계셨죠. 그 양반이 모시고 가게 돼서 내가 10만불 달러로 바꿔서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전달해드렸고" 여기서 '야인'으로 놀고 있는 사람이 김 전 실장인지 박근혜 대통령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2006년 당시는 두 사람 모두 현역 국회의원 신분이었다. 주요 당직이나 공직을 맡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야인'이라는 표현을 썼을 수도 있지만 의구심이 남는 대목이다.
공소시효도 수사 확대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메모와 녹취록 등에 시기가 나와 있는 김 전 실장과 허 전 실장의 경우 성 전 회장이 돈을 건넨 시점이 각각 2006년, 2007년으로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7년)가 지난 상황이다. 이에 검찰은 유서와 메모의 내용이 성 전 회장의 글씨가 맞는지 필적감정을 하고, 이 내용을 보충할 수 있는 객관적인 상황과 진술을 검토한 뒤 수사 여부를 정할 예정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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