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이른바 '점검'의 계절이 돌아왔다. 연말이 새해 전망치를 발표하는 시기라면 한 해의 4분의 1을 보낸 지금은 기존 전망치의 점검을 통해 지속 여부를 결정하기 바쁜 때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유관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말 3.7%로 예상했던 올해 경제성장률을 3.4%로 0.3%포인트 낮췄다. 비슷한 시기 아시아개발은행(ADB)도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8%에서 3.5%로 하향 조정했다. 작년 말 올해 경제성장률을 3.7%로 예상했던 금융연구원도 전망치 수정 작업에 착수했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한은은 9일 개최되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의 수정 여부를 결정한다. 전문가 대다수는 한은이 3%대에 턱걸이한 성장률 전망치 수정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선 2%대 수치에 베팅하는 소수 의견도 없지 않다. 올 1분기 경제가 소비를 중심으로 극도로 부진했다는 배경에서다.
한은이 꼭 1년전이었던 작년 4월 예상했던 2015년 경제성장률은 4.2%였다. 하지만 이 수치는 그해 7월 4.0%로 낮아졌고 10월과 올 1월에 다시 3.9% 3.4%로 내려왔다. 이 전망치가 다시 수정되면 1년 동안 총 4번의 수정 작업이 이뤄지게 된다. 1년 앞을 내다보는 전망치의 유효기간이 정작 3개월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한은은 소비, 투자, 정부지출, 수출액, 수입액 등 성장에 영향을 주는 변수와 세계 경제성장률, 국제유가 등의 대외 변수를 기반으로 성장률을 예측한다.
물론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제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어렵다. 성장률을 가늠하는 변수를 어떻게 가정하느냐에 따라 결과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변수라도 등장한다면 전망치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작년 4월에 터진 세월호 참사가 바로 예상치 못한 그런 변수다. 국제유가의 급락 역시 결과를 좌지우지 하는 변수였다. 오죽했으면 경제전문가들 조차 돌발 변수가 너무 많아 정확한 경제전망을 할 수 없다며 손사래를 치겠는가.
하지만 분명 짚어봐야 할 게 있다. 1년 전인 작년 4월은 세월호 변수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에 4.2%라는 장밋빛 성장률이 산정될 수 있었다고 치자. 하지만 작년 7월부터는 달라진다. 당시 결과값 산출에 세월호 사태는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을 게 분명하다. 국제유가 하락도 마찬가지다. 어제 오늘 갑자기 생긴 돌발 변수가 아닌 작년 하반기부터 작용한 중요 변수였다. 현실의 가감없는 반영이 있었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전망치가 틀릴 수는 있다. 하지만 수정이 너무 잦다면 경제 주체, 특히 기업들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정부나 기업의 주요 사업계획에 기초자료가 되는 중앙은행의 전망치라면 더욱 그렇다. 경제주체들이 반복되는 전망치 수정에 중장기 사업계획은커녕 단기 사업계획을 짜는 것조차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다면 중앙은행이 말하는 미래 자체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불만도 나올 수 있다. 한은이 수정때 마다 "불확실한 변수가 많다"고 변명하기보다 가감없는 현실 반영과 정교한 예측 능력을 통해 시장의 신뢰 회복에 나설 때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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