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노총각, 노처녀들이 꽤 많다. 물론 20년 전쯤 기준으로 보면 그렇다. 노총각이라는 말은 사어(死語)가 되다시피 했고 혼기를 넘긴 능력있는 직장여성들은 이제는 골드미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1990년 67.3세와 75.5세였던 남성과 여성의 기대수명은 2013년 말 기준 각각 78.5세와 85.1세로 10년가량 늘었다. 기대수명이 늘었으니 결혼 적령기에 대한 기준이 바뀔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통계청 조사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결혼 연령은 남성 32.2세, 여성 29.6세로 1990년보다 각각 4.4세와 3.8세가 늘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결혼관도 변해 결혼을 늦게 하는 경우도 있겠다. 그러나 주변의 평범한 선남선녀들을 보면 응당 그들의 바뀐 결혼관이나 늘어난 기대수명 때문에 결혼이 늦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20대가 직면한 가장 큰 고민이 '취업'이라면 서른 안팎의 평범한 직장인 상당수는 '돈'과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근심한다. 이 일이 적성에 맞는지, 혹은 계속 할 수 있을지와 지금처럼 돈을 모아서 언제 내 집을 마련하고 저축해 노후준비를 할 것인지….
도시에서 나고 자랐건, 진학과 취업을 위해 지방에서 상경했건 비슷한 연령대의 장삼이사(張三李四) 들은 공통적인 걱정거리를 안고 산다.
서너 평이나 될 법한 도시의 원룸 대부분은 젊은 장삼이사들이 채우고 있다. 이마저도 출퇴근이 쉬운 도심에서는 최소한 40만~50만원의 월세를 내야 들어가 살 수 있다. 전셋값도 만만치 않지만 이런 용도의 주택은 월세가 목적이어서 전세 물량도 별로 없다.
며칠 전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내용을 보니 서울의 주택 전세 평균가격은 2억5900만원이다. 생활비를 떼고 한 달에 150만원 정도를 저축해 14년 이상을 모아야 가능한 금액이다. 매매 평균가격은 4억4300만원이라하니 산술적으로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모아도 내 집 마련까지 20년이 더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마저도 정규직이어야 가능한 일일 게다. 그러니 결혼도 늦어지고 결혼하더라도 맞벌이는 필수가 된다. 출산이 짐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둘 이상을 낳는 건 대단한 용기와 모험이 필요한 일이다. 물론 능력있는(?) 부모를 둔 경우는 예외다.
요즘 집값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 꽤 많이 오른 곳도 있다. 우리가 과거 여러 차례 경험했듯 정부가 거래 활성화나 규제완화를 한답시고 각종 부동산 부양책을 폈다가 집값이 한 번 오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인구 구조가 변해 과거처럼 집값이 오를일은 없다고들 하지만 현실이 그렇게 이성적인 것만은 아니다.
악순환은 반복된다. 집값은 하락해도 문제지만 일단 오르기 시작하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튄다. 재작년까지 최근 몇 년간 집값이 하락했다고 하지만 기간을 10년 정도로 늘려보면 도시 근로자의 가처분소득 증가분이 집값을 따라잡기는 어렵다.
평범한 청춘들과 서민들이 한 7~8년쯤 성실하게 일하고 열심히 모으면 부담 없이 들어가 살 수 있는 집 하나쯤 마련할 수 있는 그런 정책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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