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저금리 저성장 장기화에 인력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신규채용을 늘릴 수 있겠습니까.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난해 말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던 금융권의 한 임원이 한 말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달 은행권을 시작으로 금융권이 신규채용 확대에 적극 나설 분위기다.
이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금융당국 및 금융협단체 수장들의 '일식집 회동'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15일 주말 서울 청담동의 한 일식집에서 열린 긴급 회동에서 고용창출 확대를 독려한 최 부총리의 입김이 보름만에 본격적으로 작용한 셈이다.
청년실업 문제 해결과 고용창출을 늘리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금융권이 함께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다. 금융권이 고용확대에 나서면 청년실업 문제 해결과 범 사회적인 일자리 창출 분위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저금리 저성장 장기화에 따른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일자리 창출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29일 국내 최대 은행인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잇따라 지난해 보다 규모가 증가한 올해 채용계획을 발표하면서 금융권 채용확대 분위기에 불을 지폈다. KB국민은행은 연간 채용 인원 확대로 청년실업 해소에 기여하려는 취지로 올해 신입행원과 청년인턴, 경력단절여성 등 총 11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청년채용과 경력단절여성 등 총 1000명 규모의 채용계획을 확정했다. 특히 청년채용은 500명 정도로 전년 대비 35% 증가한 수치다.
은행권이 고용창출 확대를 발표함에 따라 보험사나 카드사도 금융권의 사회적 역할에 함께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와의 일식집 회동에는 전국은행연합회장은 물론 생명보험협회장과 손해보험협회장, 여신금융협회장도 참석했다.
그러나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 측면에서 고용확대는 금융권에 부담감을 줄 수밖에 없다. 은행은 초저금리 시대에 예대마진 축소로 이자수익이 감소하는 어려움에 처했다. 은행권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3분기 이후 하락세다. 생명보험사도 신계약 감소와 저금리에 따른 준비금 적립부담 증가 등으로 보험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손해보험사의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8.3%로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카드사 연간 순이익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금융권은 지난해와 올 들어 희망퇴직 등 대규모 인력구조 조정을 통해 비용절감에 나서면서 허리띠를 졸라맸다. 그러면서 올 들어 신규채용은 확대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하는 모습이다. 금융권의 경영방향과는 상관없이 정부의 입김에 의해 고용창출 확대라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최 부총리가 직접 나서 금융권 수장들에게 고용창출을 주문한 상황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는 어렵다.
신규인력 채용확대를 통한 추가비용 발생은 금융권이 지난해와 올해 인력감축을 통해 기대한 비용절감 효과에 자칫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이 신수익 창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규제 개선 등에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금융권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정부의 고용창출 정책에 큰 힘을 보태는 만큼 정부도 어떤 식으로든 보답을 하라는 얘기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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