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이란 핵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유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란산 원유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이란 등 전 세계 29개국에서 모두 9억2752만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 평균 도입 단가는 배럴당 101.24달러였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원유를 수입한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로 총 2억9259만배럴(전체 수입 물량중 31.4%)을 배럴당 101.03달러에 들여왔다. 또 아랍에미레이트에서 배럴당 104.83달러에 1억847만배럴(전체 수입 물량중 12%)을, 카타르에서 배럴당 103.62달러에 1억12만배럴(전체 수입 물량중 11%)을 수입했다. 국내 원유 수입 물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이들 국가의 원유 단가는 전체 평균 대비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수준이다.
반면 이란산 원유는 평균 수입단가(101.03달러)보다 낮은 100.30달러에 4492만5000배럴을 수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수입 물량의 4.8% 규모다. 뉴질랜드(96.85달러)나 나이지리아(96.24달러) 등 이란보다 저렴한 가격에 원유를 공급한 나라도 있지만, 이들 국가에서 들여온 물량은 극히 제한적이라 실질적으로는 이란산 원유가 저렴한 제품으로 평가된다.
이란산 원유는 뛰어난 경제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이란 제재조치가 본격화된 2012년 초부터 수입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실제로 2011년까지만해도 이란산 원유의 수입비중은 10%에 육박(9.4%)했으나 2012년에 5.9%로 줄더니, 지난해엔 4.8%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번 핵협상 타결로 이란산 원유수입 물량을 단계적으로 줄여온 국내 정유사들이 원유수입을 다시 늘릴 수 있는 길이 열려 앞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량이 단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국내 정유사는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 2곳이다. 미국의 이란 제재조치 이전엔 SK이노베이션은 이란산 원유의 수입비중이 15% 이상, 현대오일뱅크는 10%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제재 이후 두 정유사 모두 수입비중이 5% 안팎으로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이들 정유사는 일단 이번 협상 타결을 반기는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란산 원유는 수입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동산 원유 중에서도 경제성이 있는 제품이어서 이번 핵협상 타결에 따라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며 "장기적으로는 거래선 다변화에 따른 효과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우리 정부의 구체적인 대응방안이 나오기 전이어서 실질적인 효과를 산출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또한 원유 도입은 일반적으로 1년 단위 장기계약으로 이뤄져 당장 눈에 띄는 수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파르게 떨어진 국제유가로 인해 국내 기름값도 하향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고, 이란산 원유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이 추세는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핵협상과 관련한 세부사항의 합의 시한은 6월말까지 남아있긴 하지만, 불안감 해소에 따른 기대심리도 유가 하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에 따른 원유 투기 수요 감소와 이란의 원유생산 증가로 수급이 완화되면서 국제유가의 하향 안정세가 예상된다"며 "제재 완화 정도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도 이란산 원유수입 물량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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