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세계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에서 LG화학이 잇따라 공급 계약을 따내며 질주하고 있다.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타 경쟁업체와 비교해 '독주'라고 할 만큼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달 말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회사인 독일 다임러그룹과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다임러가 2016년부터 생산 예정인 '스마트(Smart) 전기차(EV)' 모델에 LG화학이 배터리 셀을 공급하기로 한 것. 스마트는 2인승과 4인승으로 출시되는 소형차로 매년 10만대 이상이 팔리는 인기 모델이다.
다임러를 새로운 거래처로 추가하면서 LG화학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 20여 곳에 배터리를 공급하게 됐다. 한국의 현대·기아자동차 뿐만 아니라 미국의 GM 포드, 유럽의 아우디 볼보, 중국의 상해기차 장안기차 제일기차 등이 LG화학의 배터리를 사용하는 곳이다. LG화학의 배터리를 탑재한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 등 친환경차 누적 대수는 지난해까지 40만대에 이른다.
특히 LG화학은 지난해 6월 이후 지금까지 1년도 채 안되는 기간에 고객사를 4곳이나 늘리며 시장 확대에 나섰다. 지난해 6월 중국 코로스(Qoros)와 상해기차에 잇따라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된 데 이어, 8월엔 독일 3대 명차 중 하나인 아우디와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지난달 말 130년의 역사를 가진 글로벌 완성차업체 다임러그룹과도 계약하며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경쟁업체인 삼성SDI는 BMW 크라이슬러 마힌드라 델파이 등 자동차업체 7~8곳, SK이노베이션은 현대·기아자동차 미쓰비시 북경기차 등 4~5곳에 자사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며 LG화학을 맹추격중이다.
세계 시장점유율이 'LG화학의 독주'를 뒷받침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B3'에 따르면 LG화학은 2013년 기준으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36.1%를 차지하며 글로벌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음은 일본 AESC(35.1%) 파나소닉(12.7%), 삼성SDI(5.3%), 일본 PEVE(2.2%) 등이 잇고 있다. 삼성SDI는 LG화학와 비교해 점유율이 7분 1, SK이노베이션은 그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올해 54억8000만 달러(6조2000억원)에서 2020년 182억4000만 달러(20조5000억원)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특히 전기자동차는 2011년 세계에서 100만대 정도가 팔린데 이어 올해 678만대, 2020년 1045만대 등 시장 규모가 연평균 30%씩 증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내년 이후 LG화학의 보폭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권영수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사장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1위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갈 것"이라며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열리는 2016년에는 경쟁사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성장세를 이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LG화학의 전지사업본부는 지난해 2조5800억원의 매출과 32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LG화학은 전지사업부문에서 지난해 보다 10% 증가한 2조8400억원을 올해 매출 목표로 제시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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